[어떻게 들었어?] 대체불가 아이유의 아쉬운 실수… 탄탄한 신승훈·브아걸·빅스

[어떻게 들었어?] 대체불가 아이유의 아쉬운 실수… 탄탄한 신승훈·브아걸·빅스

기사승인 2015-11-11 18:00:55

"[김땅콩의 어떻게 들었어?] 하루에도 몇 십 개의 앨범이 쏟아진다. 대한민국 가요계는 바야흐로 앨범 범람 시대. 그 중 화제가 되는 앨범들을 듣고 리뷰해 본다. 11월 초순은 음악 외적인 이슈가 돋보였던 아이유를 포함해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 오랜만에 돌아온 ‘알파걸’ 브라운아이드걸스와 노예가 된 빅스 앨범을 뜯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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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챗셔(Chat-Shire)’ 2015.10.23 발매 : 논란을 빼고 음악만 얘기하면 꾸준히 좋은 음악을 내는 아티스트다. 섬세함과 세련미는 아이유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이고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자신의 음악을 잘 아는 것이 좋은 프로듀싱의 첫 번째 조건이고 아이유는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잔재주 없이 장르와 음악에 충실한 앨범이지만 타이틀곡 ‘스물셋’만은 기교를 많이 부리다가 오히려 앨범에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 됐다. 특히 아쉬운 것은 스트링 편곡이다. 80년대 디스코 사운드를 위해서 디자인된 스트링으로 추측되지만 곡에 혼란감을 부여할 뿐이다. 앞부분부터 차근차근 성실하게 잘 쌓아온 곡의 볼륨은 후렴구에서 스트링으로 흔들린다.

직전 ‘무도 가요제’에서 발표했던 ‘레옹’의 경우 레트로 사운드에 적당히 블루지(Bluesy)한 느낌도 잘 섞으면서 편곡이 굉장히 세련됐다. 그러나 완벽하게 좋은 지점이 있었던 스물셋에 아이유는 욕심을 부렸고, 결과물은 과해졌다.

음악 외적인 부분을 논하자면 아이유는 대체 불가능한 아티스트가 맞다. 그러나 경솔한 부분도 있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젊은 아티스트에게 꼭 필요하지만 ‘내가 항상 옳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아이유는 이제 ‘오빠’나 ‘삼촌’ 없이도 오롯이 홀로 자신의 음악을 팔 수 있는 내공을 가지고 있고, 논란 또한 좋은 밑거름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브라운아이드걸스 ‘베이직(Basic)’ 2015.11.05 발매 : 공전의 히트곡인 ‘아브라카다브라’ 때문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들고 나올 거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베이직’이라는 타이틀 아래 복고 라이브 밴드 사운드를 펼쳐냈다. 타이틀곡 ‘웜홀’은 전체적으로 편곡이 정말 잘 된 곡이다. 모든 악기가 공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고, 멜로디는 맨 앞에서 곡을 진두지휘한다. 위에서 말한 아이유의 ‘스물셋’이 아쉬운 부분이 이 지점이다. 무대를 염두에 두고 비워냈을 브릿지 전 간주에서 기타 솔로가 좀 더 메인으로 나왔으면 더 신나는 곡이 됐겠지만 퍼포먼스가 함께하는 그룹에게 절충은 필요하다.

앨범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경향이 강하다. 이제 와 대단한 변신을 감행하기보다는 ‘브아걸’하면 기대하는 탄탄함을 지향한 듯 하다. 편곡적으로 악기가 꽉 찬 트랙과 좀 덜 들어간 트랙이 교자배치된 것은 식상한 선택이라 아쉽다. 9번 ‘주사위 놀이’ 같은 곡은 좀 더 앞 쪽에 배치됐으면 팬들의 이목을 더 끌 수 있지 않았을까. 수록곡 모두 개성 넘치고 매력이 충분한 곡들이지만 모아놓으니 펑키한 레트로 사운드 곡과 발라드 트랙의 두 가지로 자연스레 분류되고 이는 곡들이 서로 매몰되는 결과를 가져와 안타깝다.


신승훈 ‘아이엠 앤 아이엠(I am & Iam)’ 2015.11.10 발매 : 앨범 전체의 온도가 높다. 구색 맞추기용 트랙은 ‘황제’의 품격에는 없다. “이 노래 좋네”하고 다음 트랙을 넘기면 “이 노래도 좋네”라는 소리가 나오고 이 감상은 1번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유지된다. 충실한 음악도 음악이지만 여전히 맑은 목소리는 신승훈이 왜 황제의 자리를 25년째 유지중인지 납득시킨다.

‘이게 나예요’는 신승훈을 좋아하는 오랜 팬들에게 가장 환영받을 곡이다. 빈지노 피처링의 ‘마요’는 유람을 떠난 황제의 외도 같은 느낌이다. 물론 이런 장르는 좀 더 잘 하는 작곡가와 프로듀서가 있고, 이미 대중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눈높이에는 차지 않을 수 있다(황제보다 장군이 싸움은 더 잘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발라드도 모던 록도 멜로우 힙합까지도 망라한 앨범이지만 결코 얕지 않은 깊이를 가지고 있고, 이런 것이 연륜이다. 26년 차 아티스트가 음악적으로 갇혀있지 않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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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 ‘체인드 업(Chained Up)’ 2015.11.10 발매 : 빅스는 독특한 콘셉트 때문에 나이대를 감잡기 어려운 그룹이다. 그러나 ‘체인드 업’은 빅스의 성장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전까지는 완벽하게 짜여진 콘셉트에 멤버들을 짜 맞췄고 끌려갔다면, 이번에는 멤버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노예’ 콘셉트지만 콘셉트가 무색할 정도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여섯 멤버의 목소리가 고르게 들린다는 것이다. 당장 이전 앨범인 ‘보이스 레코드(Boy's Record)’만 들어도 서너 명(래퍼 라비 포함)이 다 부르는 앨범이었지만 이제는 안 들리던 목소리가 들린다. 안정기에 접어든 아이돌 그룹이 개인 활동에 치중하느라 앨범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일은 종종 있기에 빅스의 충실함은 반갑다.

멤버 라비의 활약은 엄청나다. 전체 흐름을 제어하는 것이 라비의 랩으로 느껴진다. 타이틀곡에서 이전처럼 자기 부분을 몇 마디 할당받아 랩을 집어삼키는 것이 아니라 멜로디와 멜로디 사이를 브릿지처럼 잇는 랩을 하고 있고, 이는 곡을 완전하게 만든다. 타이틀곡 ‘사슬’의 경우 시작 멜로디와 후렴구는 음역대나 분위기 차이가 큰 편인데 곡의 전체적인 감정을 제일 위로 한 번에 밀어 올리는 것이 라비의 랩이다.

수록곡 ‘핫 이너프(Hot Enough)는 빅스의 성장세를 단번에 나타내는 지표 같은 곡이다. 빅스는 4년차가 돼서야 그루브라는 것이 뭔지, 리듬은 어떻게 타야 하는 것인지 깨달은 듯 하다. 연습도 연습이지만 연차가 주는 효과가 크다. ’부시시‘나 ’스탑 잇 걸(‘Stop it girl)’ 등에서 감정선이 무너져버리는 트랙 배치는 아쉽지만 전체적인 수록곡 퀄리티는 준수한 편이다.
★ 김땅콩의 어떻게 들었어? : 다수의 기획사, 공연 A&R팀을 거쳐 작곡을 업으로 삼고 있는 김땅콩(예명, 31)이 열흘마다 갱신되는 가요계 최신 앨범을 리뷰합니다. 정리·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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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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