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음수사원(飮水思源)’…김영삼, 그리고 이한열

[친절한 쿡기자] ‘음수사원(飮水思源)’…김영삼, 그리고 이한열

기사승인 2015-11-23 16:06:55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한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음수사원(飮水思源)’

남북조(南北朝)시대 북주(北周)의 문인 유신(庾信, 513~581)이 남긴 유자산문집(庾子山文集) 속 시에 나오는 구절이 유래가 됐습니다.

‘落其實者思其樹 飮其流者懷其源(낙기실자사기수 음기류자회기원)’

‘과일을 먹을 때는 그 열매를 맺은 나무를 생각하고,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이 솟아나온 근원을 품네’라는 뜻입니다.

양(梁)나라 사람인 유신은 재주가 뛰어나다보니 양나라를 멸망시킨 서위에서도 강제로 관직을 받아 머물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고향(근원)인 양나라를 그리워했고, 이런 마음을 담아 쓴 시의 구절에서 ‘음수사원’이란 사자성어가 탄생한 것이죠.

23일 고(故) 김영삼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총재가 방명록에 ‘음수사원’을 적었다고 합니다. 말의 뜻처럼, 우리가 현재는 민주화된 사회를 물처럼 당연하다고 알고 있지만, 故 김 전 대통령처럼 민주화 정착을 위해 싸우고 희생해 온 인물들이 있고 그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의 한 기억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2008년 5월 말이었습니다. 6·10 항쟁 21주년을 앞두고 故 이한열(당시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74) 여사를 인터뷰하게 됐습니다.

1987년 6월 9일, 최루탄 연기 속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간 故 이 열사의 죽음은 6·10 항쟁에 불을 붙이고, 6·29 선언의 촉발제가 돼 이 땅에 군부독재의 종식과 민주주의의 서막을 이뤄냈죠.

이명박 정권이었던 인터뷰를 할 당시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와 관련해 배 여사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할 말 다 하면서’ 사는 게 그저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닙니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건 민주사회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그 당연한 것조차 힘든 시절을 바꾸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린 故 이 열사 같은 이들을 가끔씩이라도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그렇게 뻔질나게 촛불집회 기사 써대면서 그런 생각은 안 해 봤구나’라며 잠시 자조를 했던 기억도 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효용이 큰 것일수록 그 가치를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물이나 공기가 없으면 죽음에 이르고, 민주화가 되지 않은 사회에선 삶다운 삶을 영위할 수가 없습니다. 가치 자체를 생각 못 할 때도 많으니 그 근원이야 말할 것도 없죠. 그만큼 효용이 큰 것이기에 故 이 열사처럼 생(生)과 바꾸거나, 故 김 전 대통령처럼 생을 바친 사람들이 나온 후에야 이뤄냈는데도 말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최근 박근혜 정부의 여러 결정에 대해 “낮과 밤처럼 남한과 북한을 다르게 만들어온 민주적 자유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꼬집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전·현직 정치인들이 모인 故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이 전 총재가 방명록에 적은 ‘음수사원’을 곱씹어 봐야 할 조문객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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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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