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박근혜 대통령의 “IS(아이스)”…트라우마라도 잘못은 잘못이다

[이슈 인 심리학] 박근혜 대통령의 “IS(아이스)”…트라우마라도 잘못은 잘못이다

기사승인 2015-11-26 13:23:55
ⓒAFPBBNews = News1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51회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에 섞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복면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한다. IS도 그렇게 지금 하고 있지 않느냐, 얼굴을 감추고서”라고 말했다. 시위대를 역사상 최악의 테러집단으로 불리는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한 것이다.

지난 14일 광화문에 모여 시위했던 사람들 속에는 폭력시위를 주도한 일부 이외에 농민정책 개혁을 요구하는 농민들과 청년실업과 쉬운 해고에 항의하려고 나온 시민들 그리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던 시민들이 있었다. 하다못해 고등학생들도 거리로 나왔다.

이런 시위대를 싸잡아서 한꺼번에 테러집단에 비유한 발언을 보면서, ‘국민만’ 보려던 대통령에서 ‘국민 없는’ 대통령으로의 ‘변질된 의식’을 드러냈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2014년 2월 21일 청와대는 취임 1주년에 즈음해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연설과 모두 발언 등을 통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로 ‘우리’가 209회, ‘국민’이 180회, ‘새롭다’ 135회, ‘정부’는 109회, ‘세계’는 97회, ‘발전’은 96회라는 집계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모두발언에서는 ‘국민’이 199회로 가장 많았고, 경제와 성장 그리고 일자리도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에 포함됐다.

3개월 후면 취임 3주년이 된다. ‘우리’와 ‘국민’을 외쳐온 박 대통령이 왜 국민을 IS로 비유하고 반대하는 세력을 설득하지 않고 적대시하는지 그리고 너무나 잦은 말실수에 대한 원인을 밝혀 보겠다.

심리학 용어 중에 ‘정신적 외상’이라는 것이 있다. 의학용어로 ‘트라우마(trauma)’라고도 한다.

교통사고를 겪은 히우 차를 보거나 차와 관련한 것들에 대해 정신적으로 ‘긴장’을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신체적인 고통과는 다르다. 정신적 원인으로 신체적인 ‘불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정신적 외상인 것이다.

박 대통령에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1979년 10월 26일), 어머니 육영수 여사(1974년 8월 15일)가 모두 총탄에 죽음을 맞이했다는 기억이 있다. 이 두 사건만 보더라도 박 대통령에게는 ‘총’에 대한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그와 더불어 부모의 죽음은 곧 ‘국가적 불안과 슬픔’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했다.

이런 아픔과 불안은 상대방과 소통을 불통으로 만들고, 스스로 해답을 찾게 만드는 성격으로 이끌었을 가능성이 높다.

2004년 4월 당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손 아나운서가 그 당시 이슈였던 ‘일자리 창출’에 대해 “유권자들은 과거를 보고 판단할 텐데요?”라는 말에 “저하고 싸움하자는 거예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소통과 대화에 있어서는 경직돼 있고 정서적인 아픔을 ‘강한 언어’로 감추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2006년에 지방선거 당시 서울 신촌에서 칼침사건으로 얼굴을 70바늘을 꿰맸던 경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칼, 총, 죽음, 국가적 위기’의 순서는 박 대통령의 정신에 깊게 충격을 남겼고, 그에 따른 정신적, 신체적 ‘긴장’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UDT대원’을 ‘DDT대원’이라고 하거나, ‘IS’를 “아이에스”가 아닌 “아이스”라고 잘못 발음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트라우마에 의한 실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많은 트라우마를 고려해 보더라도, 국민을 테러단체와 비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삶에서 받아왔던 아픔을 알고 있기에 선거에서 ‘신뢰’와 ‘지지’를 보낸 후 대통령으로 뽑아 준 것인데, 자신과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테러단체와 비유한 것은 스스로를 ‘소통’하지 못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 없는 독재적인 이미지만 높일 뿐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을 ‘적’이 아닌 ‘우리’로 다시 바라보고 뜻이 다른 국민을 ‘설득’하고, ‘소통’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여당과 야당이 늘 싸우고, 국민들에게 정치인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늘 국민들은 바보같이 다시 기대를 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국민으로 인정하고, 가슴에 와닿지 않는 형식적인 발표 말고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기를 희망한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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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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