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조선대 의전원 제적 폭행男 ‘녹취록 분석’…모방학습 그리고 불안장애

[이슈 인 심리학] 조선대 의전원 제적 폭행男 ‘녹취록 분석’…모방학습 그리고 불안장애

기사승인 2015-12-04 14:00:55

"이번 주는 ‘데이트 폭력’으로 시끄러웠다.

장본인은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생(의전원생·1일 제적됨)인 박모(34)씨. 그는 지난 3월 28일 새벽 여자친구 이모(31)씨의 집에 찾아가 전화 응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씨를 감금하고 수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자친구 이모씨를 2시간 이상 감금된 상태에서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갈비뼈 2개가 부러지는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그리고 이 같은 과정은 이씨가 미리 준비해 놓은 녹취에 그대로 담겼고,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며 충격을 줬다.

그런데 광주지법 형사 3단독 최현정 판사는 박씨에 대해 벌금형(1200만원)을 선고, 이씨와 박씨가 계속 같이 학교생활을 하게 돼 논란이 더욱 커졌고, 재판부가 밝힌 양형 근거 중 하나가 대중의 분노를 부채질 했다.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는 점을 고려했다.’

피해자의 안위보다 가해자의 장래를 더 걱정하느냐는 오해를 살 수 밖에 없다.

‘데이트 폭력(dating abuse)’은 IPV(Intimate Partner Violence·친밀한 파트너의 폭력)라고 부른다. 대부분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데이트 폭력은 언어폭력과 비언어폭력으로 나눌 수 있다. ‘욕설’과 ‘협박’은 언어폭력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준다. 반대로 ‘감금’과 ‘파트너의 몸에 상처를 내는 상해(傷害)’로 신체적인 충격을 준다.

심리적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모방학습(modeling)’에 있다.

이 용어는 1977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과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 교수가 쓴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 책에서 최초로 주장한 이론의 핵심이다.

‘행동’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관찰하고 눈으로 보면서 ‘모방’과 ‘학습’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하는 걸 말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의 행동은 부모의 말과 행동에 대한 지속적 모방(imitation)을 거쳐 학습(learning)이 되면서 나온다.


이쯤에서 녹음된 내용을 보자.

“일어나, 하나, 둘...(생략).. 열. (그리고 폭력가함) 다시 셀게, 열 센다”

반복적 패턴을 볼 수 있다. 숫자를 센 이후에 신체적 폭력을 가했다. 가정, 군대, 혹은 학교에서 유사한 경험을 통해 모방학습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자신이 여자친구를 폭행하는 이유에 대해 나누는 내용이다

박씨: 왜 재수 없게 말해? “나는 잔다.” 이렇게 말했지?

이씨: 안 그랬어, “잘 자” 라고 그랬어. “나는 잔다”라고 안 그랬어 (흐느낌)

박씨: 싸가지 없게 얘기 안했다고?

이씨: 잠자다가 받아서 그랬어, 오빠가 싸가지 없게 들었을지는 모르지만.

박씨: 지금껏 천 번 넘게 얘길 했는데 싸가지 없게 들리는 걸 몰랐어? 또 했어? 응? 내가 언제까지 참아줬어야 됐지? (폭행 이어짐)


“나는 잔다”라는 표현에 화가 난 것이다. 여자친구가 1인칭 ‘나’를 표현한 것에 화가 났다는 것은 자신이 나이가 더 많고 존중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대하지 않는 모습이 싫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아마도 박씨는 ‘나’와 ‘저’에 대한 높임법에 대해 ‘강압’을 통해 부모로부터 학습됐을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어떤 대화와 모습을 보고 자랐느냐에 따라 자녀가 성장해서 이성에게 대하는 모습은 거의 흡사하게 표현된다.

또 박씨의 입장에서 ‘나’와 ‘너’를 구별하는 여자친구에 대해 ‘분리불안장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애착의 대상으로부터 언어나 신체적으로 분리 됐을 때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심하면 ‘분리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 불안증이 성인이 돼서는 심리적 불안함을 없애거나 벗어나기 위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강압’과 ‘폭력’을 사용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불안증을 가지고 있는 남자아이가 성인이 돼서 자신의 신체적 우월함을 여성에게 ‘폭력성’으로 누르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데이트 폭력에서 여자친구가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 유명한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 때문이다.

이 용어는 1973년 8월 23일에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 노르말름스토리(Stockholm Norrmalmstorg)에 있는 크레디트반켄(Kreditbanke)이라는 은행에 강도 사건을 보고 스웨덴 심리학자인 닐스 베예로트(Nils Bejerot)가 처음 사용했다. 이 6일 동안 무장한 강도와 은행 직원들이 같이 지내면서 애착 관계가 형성됐다. 경찰과 협상이후 은행 직원들이 풀려 날 때 강도들과 포옹과 키스까지 하는 모습에 대중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실제로 미국 교도소에서는 간수와 죄수의 ‘사랑’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범죄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정신적인 질환인 ‘하이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a)’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자신에게 언어적 혹은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사람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가해자에게 심리적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심리적 유대감의 과정을 보면, 가해자가 너무 강한 언어와 행동을 보이는 것에 대해 스스로의 자아를 보호하려고 약한 모습을 드러낸다. 눈물을 보이거나, 가해자에게 침묵을 통해 더 강한 언행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아기처럼 보이면서 가해자로 하여금 ‘보호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폭력을 동반한 감정’으로 습관적인 폭력성을 더욱 지속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매 맞는 아내들이 자식이라는 이유 말고도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평소엔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고 충분히 이야기해야 한다. 상대방의 폭력이 시작됐다면 보호감정 불러일으키는 행동 따위는 할 필요도 없다. 즉시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이씨처럼 녹취를 해놓으면 큰 도움이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데이트 폭력과 가정 폭력에 대해 정신을 차리고 주의 깊게 우리 주위를 살펴보고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 본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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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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