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대교 화재’ 순직 故 이병곤 센터장, 현장만 나가면 목숨 걸었던 그의 과거

‘서해대교 화재’ 순직 故 이병곤 센터장, 현장만 나가면 목숨 걸었던 그의 과거

기사승인 2015-12-05 00:14:55
故 이병곤 센터장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3일 서해대교 화재 진압에 나섰다가 끊어져 떨어진 케이블에 맞아 순직한 고(故) 이병곤(54·소방경) 포승안전센터장은 사고 현장에선 살신성인의 자세로 임하고, 현장에 나가지 않을 땐 불우이웃을 찾았던 ‘진정한 소방공무원’이었다.

4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이 소방경이 소방관에 임관(1990년 3월)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1992년 2월, 극심한 추위 속에 안성 금광저수지에 차량이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이 소방경은 산소탱크를 메고 직접 수중수색에 들어갔다고 한다.

수심 7m 깊이까지 들어가 호수 안을 살펴보던 중 낮은 수온 탓에 산소탱크가 얼어붙었다. 갑작스런 기기 고장에 호흡 장애를 일으킨 이 소방경은 가까스로 탈출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2006년 9월에는 안성톨게이트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던 가스저장 탱크로리 차량이 톨게이트 기둥을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탱크가 일부 파손되면서 폭발이 우려되는 일촉즉발의 상황.

주위의 만류를 뿌리친 이 소방경은 손수 소방 호스를 들고 탱크로 다가갔다. 평소 진압현장에서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탱크를 냉각시켜 온도를 낮추면 폭발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소방경의 판단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날 사고는 ‘단순 교통사고’로 마무리 됐다.

이밖에도 25년 간 고인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사고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달려 들었다.

안성 고성산 등산 중 쓰러진 등산객에게 심폐소생술을 해 구조한 현장(1996년 2월), 사료분쇄기에 차체가 말려들어간 농장 인부를 3시간 동안 이어진 구조작업 끝에 구한 아찔한 사고현장(1997년 8월)에도 그가 있었다. 어린아이가 쇠 가락지를 손가락에 끼웠다가 빼지 못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아이를 뒤에서 끌어안고 가락지를 빼주는 가벼운 사고현장(1999년 5월) 역시 그의 현장이었다.

이 소방경은 ‘인자한 아저씨’ ‘따뜻한 이웃’이기도 했다.

안성 교차로신문에는 이 소방경이 상대방 과실로 차량이 추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상대방의 건강상태를 먼저 살핀 사실이 실리기도 했다.

당시 필자는 이 소방경에 대해 “저의 과실이었는데도 내 상태를 먼저 살펴주셨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으로 감싸준 모습에 따스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적었다.

1995년 4월 4일자 경인일보에서는 이 소방경이 소방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그가 쉬는 날이면 틈틈이 불우이웃을 찾아 생필품을 전달하는 등 선행을 한 사실을 보도했다.

기사에서 이 소방경은 이렇게 말했다.

“소방공무원들이 복지부동이라니요, 큰일 날 소립니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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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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