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오승환의 “하루 빨리 의혹에서 벗어나고 싶다”…무슨 의미였을까

[이슈 인 심리학] 오승환의 “하루 빨리 의혹에서 벗어나고 싶다”…무슨 의미였을까

기사승인 2015-12-16 14:55:55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돌직구’ 오승환(33·사진)이 검찰에서 원정도박 혐의를 일부 시인하면서 야구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오승환은 검찰의 소환방침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 7일 변호인을 통해 “하루 빨리 의혹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나는 원정도박을 한 적이 없다”는 ‘부인’으로 들린다. 그는 이틀 후(9일 소환조사에서 혐의 일부 시인)에 들통 나버린 이런 거짓말을 왜 했을까.

심리학 용어 중에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는 것이 있다. 1894년에 의사였던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자신의 논문인 ‘방어의 신경정신학(The Neuro-Psychoses of Defence)’에서 처음 사용했다.

방어기제는 ‘거짓말’의 원인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심리적 과정’이다. 의도적인 거짓말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하는 거짓말 대부분은 방어기제에 의한 심리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외적인 상황과 내적인 마음을 50대 50으로 가정했을 때, 외부의 상황이 커지면 커질수록 내적인 마음이 작아지게 된다. 그만큼 압박감이 커진다. 압박감이 커지면서 눌렸던 내적인 마음을 회복하고 싶고 벗어나고 싶어서 하게 되는 무의식적 심리과정이 바로 ‘거짓말’과 ‘변명’이다. 결국 ‘거짓말과 변명’을 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자존감 즉 자아를 다치지 않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외부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서 카멜레온이 자신의 몸의 색깔을 바꾸는 것과 같이 인간도 외부의 환경에 의해 내면이 압박감을 받으면 거짓된 자신의 모습으로 변색된다.

프로이트는 자아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과거와 본능에 직결되는 자아는 원초아(Id), 초자아를 누르고 현실과 직면해 있는 것은 자아(Ego), 그리고 사회가치·양심·이상(理想)의 영역에 맞추려는 초자아(Super-ego)로 구별된다.

야구선수 오승환은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린 후 일본에 건너가서도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거머쥔 ‘슈퍼스타’였다. 이게 오승환의 ‘외적인 상황’이다. 이렇게 외적인 상황이 클 때 늘 내적인 마음은 압박감이 컸을 것이다. 그래서 본능인 원초아와 현실의 자아 그리고 사회적 가치에 맞춰진 초자아가 충돌, “하루 빨리 의혹에서 벗어나고 싶다”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오승환의 세 가지 자아들의 대화를 가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원초아(Id): ‘그냥 도박했다고 말해?’, ‘벌써 임창용 선배 걸렸는데?’

초자아(Super-ego): ‘아냐! 지금 사람들 카메라 찍고 있는데 여기서 어떻게 말해! 미국진출도 준비 중인데! 변호인을 통해 최대한 방어하고, 말하더라도 검찰에 가서 이야기해야지.’

이렇게 원초아와 초자아가 충돌하는 가운데 지켜보고 있던 자아(Ego)가 이렇게 현실적인 절충안을 내놓는다.

‘아니라고 하자! 언론에서 말한 것처럼 수억원은 아닌데 정확한 액수를 밝혀야지. 그리고 도박 중독이라니.. 그건 아니잖아!’

이렇게 자아들이 충돌하면서 외부적 상황을 견디려다 무의식적으로 보이는 방어기제 중에 오승환은 도박혐의에 대해 ‘부인(Denial)’하면서 현실을 회피한 것이었다.

평소에 오승환은 말수가 적고 자존심이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인다. 이런 경우 마음속에서 스스로가 ‘벽’을 만들고 무너진 자존감만 바라보며 힘들어한다면 아무도 그 두꺼운 벽을 뚫어주지 못한다. 무너져 내린 자존감의 잿더미에서 피어난 ‘불행한 모습’만 바라보지 말고,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팬들에게 사죄부터 해야 한다. 2년간 믿었던 일본 팬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팬들까지 돌아선 이유는 ‘솔직하게 사죄하는’ 모습이 오승환에게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받은 오승환의 연봉은 한국의 삼성과 일본의 한신이라는 기업에서 주는 것이었다, 그 기업들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입이다. 다시 말하면 팬이 주는 연봉이다. 그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오승환이 이용한 불법 도박장은 (자신은 몰랐다고 했지만) 조직폭력배와 관련이 있고, 결국 오승환의 연봉이 조폭을 먹여 살리는 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이래서 팬들은 용서가 안 되는 것이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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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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