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김무성 ‘연탄 발언’…실수인 듯, 실수 아닌, 실수 같은 말

[이슈 인 심리학] 김무성 ‘연탄 발언’…실수인 듯, 실수 아닌, 실수 같은 말

기사승인 2015-12-18 18:18:55

"평소 ‘이슈 인 심리학’을 다듬어 주는 쿠키뉴스 김현섭 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포털사이트에서 ‘김무성 연탄’으로 검색을 해 보라는 것이었다. 김 팀장의 성격상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더 묻지도 않고 찾아봤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8일 서울 삼성동 일대에서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서울연탄은행이 주관한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당 청년위원회와 함께 했다. 김 대표는 연탄을 함께 나르던 아프리카계 유학생을 바라보면서 “연탄색이랑 얼굴색이랑 똑같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 하나를 읽자마자 예전에 읽은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2011년도에 박인식이 쓴 ‘TV동화 행복한 세상(샘터출판사)’ 책에는 동화 같은 실화들이 실려 있다. 이 책에는 ‘검정 풍선’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적자면 이렇다.

풍선을 파는 아저씨가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빨간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이를 본 아이들은 순식간에 관심을 가지고 모여들었다. 풍선 장수는 파란 풍선, 노란 풍선, 하얀 풍선을 차례로 날려 보냈다. 풍선들이 하늘 끝까지 날아가서 사라질 때까지 치켜보던 흑인 꼬마가 풍선장수에게 다가와 이렇게 물었다.

“아저씨…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만약 검정 풍선도 띄워 보내면 다른 풍선처럼 높이 날 수 있어요?”

아이의 물음에 풍선장수는 가지고 있던 검정 풍선을 전부 풀어 하늘로 날려 보내며 이렇게 대답했다.

“얘야, 풍선이 하늘을 날게 만드는 것은 색깔이 아니라 그 안에 든 것이란다.”

김 대표는 문제의 발언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사과하면서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풍선장수가 검정 풍선에 대해 말하면서 준 ‘중요한 건 안(內)’이라는 메시지처럼, 김 대표의 발언도 흑인 얼굴에 대해 ‘연탄’이라고 말한 ‘겉표현’이 아니라 ‘친근감을 위해’라는 ‘속마음’을 봐줘야 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말실수’는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진심이 많다. 김 대표는 평소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0기자’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부르면서 ‘00야’라고 반말을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런 김 대표의 말 습관을 보면 이번 ‘연탄’ 발언은 단순한 실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심리학에는 프로이트 말실수(Freudian slip)이라는 용어가 있다.

1902년에 정신분석학파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자신의 책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Psychopathology of Everyday Life)’에서 ‘말실수(slip)’에 대해 ‘내면에 숨겨진 욕구’라고 설명했다. 프로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말실수를 하는 것은 단순히 그 자체의 ‘실수’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그렇게 하고 싶다는 ‘욕구’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임에서 개회사를 선언해야 할 사람이 마이크를 잡더니 “이제 폐회를 선언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하면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일찌감치 폐회를 원하고 있었던 ‘욕구’가 드러난 현상인 것이다. 실제로 이런 실수를 저지른 사람은 모임 개최를 반대했던 사람이었다는 일화도 있다. 말의 실수와 행동의 실수는 같은 욕구에서 나타나는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대표의 ‘연탄’ 발언은 ‘실수’이지만 우연이 아닌 것이다.

사실 김 대표뿐만 아니라 국민의 손으로 뽑은 많은 정치인들의 생각 없는 말들과 행동 때문에 국민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 더 이상 희망이라고는 남아있는 게 없을 정도다. 정치인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들조차 또 다른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함께하려는 것으로 보일정도로 정치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희망의 색을 잃어가고 있다. 도대체 국민의 검은 풍선은 누가 하늘로 띄워 줄 수 있을까.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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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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