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처음으로 세계에 알린 獨언론인 힌츠페터 별세…생전 “광주에 묻어달라”

‘5·18’ 처음으로 세계에 알린 獨언론인 힌츠페터 별세…생전 “광주에 묻어달라”

기사승인 2016-02-02 09:52: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5·18의 참상을 처음으로 전 세계에 알린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독일·79)씨가 별세했다. 향년 79세.

5·18 기념재단은 힌츠페터씨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독일 북부의 라체부르크에서 숨졌다고 2일 밝혔다. 그는 2004년 심장질환으로 쓰러진 후 투병생활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병상에 있을 당시 가족들에게 “죽으면 한국 광주에 묻어달라”는 말을 자주했고, 이에 광주시는 그가 사망하면 5·18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이에 따라 힌츠페터씨의 유해 일부가 담긴 항아리가 망월동 구 묘역에 안장될 것으로 보인다. 5·18 재단은 고인의 손톱과 머리카락을 망월동 묘역에 상징적으로 안장하는 방안을 5월 단체, 광주시 등과 논의할 예정이다.

일찌감치 이 같은 뜻을 정한 힌츠페터씨는 건강을 회복한 후 광주를 다시 찾은 2005년에 자신을 가족묘에 묻고 싶어하는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손톱과 머리카락이 담긴 봉투를 5·18기념재단에 전달하고 독일로 돌아갔다.


당시 힌츠페터씨는 “광주시민과 한국인들은 1980년 5월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5·18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 ARD-NDR의 일본특파원이었던 힌츠페터씨는 당시 광주의 모습을 현장에서 취재해 가장 먼저 세계에 알렸다. 그가 광주에서 목숨을 걸고 기록한 영상 자료는 당시 한국 군부독재의 폭압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물꼬가 됐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 지역 뉴스현장을 누비다 1978년 일본 특파원으로 부임하면서 박정희 정권 치하의 여러 사건들을 기록했고, 1980년 5월 19일 광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해 한국으로 날아와 학살의 현장을 전세계에 타전한 것이다.

그의 필름은 독일 전역에 방송됐고, 같은 해 9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판결에 대한 항의 표시로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제목의 45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1980년 이후 전두환 정권의 폭압상을 널리 알려오던 힌츠페터씨는 1986년 서울 광화문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게 맞아 목과 척추에 중상을 입기도 했다.

1995년 기자직에서 은퇴한 그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현장을 지켰던 치열한 기자정신이 국민의 양심을 깨워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겼다’는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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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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