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비타트 홍보대사 위촉 후 두 번째 해외봉사 나선 권오중 씨 가족-

-봉사와 배우 활동으로 예수님 사랑 전해-

혁준이가 거푸집에 정확하게 콘크리트를 부을 수만 있다면

배우 권오중 씨의 부인 엄윤경 씨는 떨리는 손으로 힘들게 일하는 아들 혁준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지난 달 31일, 포스코 그룹 임직원 봉사단원들이 모두 떠난 건축현장에는 한국해비타트 홍보대사인 권 씨(이후 대사) 가족만 남아 집짓기에 열중이다. 포스코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 견학을 미루고 권 대사 가족은 부족한 시간과 작은 힘이지만 한 가정의 집이라도 더 건축하는 일에 힘을 보태기로 결정한 것이다.지난 825일부터 91일까지 한국해비타트는 포스코 1%나눔재단과 함께 인도네시아 찔레곤 지역에서 68일간의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 해외건축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의 일체 비용을 자비량으로 참여한 권 대사 가족의 이번 해외건축봉사는 지난 5월 캄보디아 씨엠립 건축봉사 참여 이후 3개월 만이다. 특히 해비타트 홍보대사 위촉 후 권 대사 가족은 개발도상국가의 열악한 마을들의 주거환경개선과 집 짓기, 교육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이웃집 삼촌 같은 배우 권 대사는 봉사 기간 내내 자신의 성품대로 겸손함과 유머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고 편안하게 대했다.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그를 알아보고 다가와 말을 걸거나 함께 사진촬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의 거절없이 밝은 표정으로 응했다.

연예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권 대사가 국내외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아들바라기인 권 대사의 외동아들 혁준이가 부모를 봉사활동에 앞장서게 만들었다. 아직도 병명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혁준이는 권 대사 부부의 아픔이자 끈끈한 가족사랑의 원동력이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사도행전 20:35)-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연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권 대사는 초년 배우시절인 96년 결혼했다. 이후 아내 엄윤경 씨와 사이에 아들 혁준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혁준이가 4살 되던 2001, 갑자기 열이 올라 병원을 찾았는데 근육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다. 담당 의사는 근이영양증(근육병)인 것 같다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근육병은 근육이 점점 없어지면서 결국에는 목숨을 잃는 무서운 희귀난치병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정밀검사를 한 후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병원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발견한 권 대사는 그길로 교회로 달려갔다. 그리고 자신이 믿는 절대자의 발아래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 회개하며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준혁이가 큰 병만 아니게 해주세요. 평생 당신만 섬기며 봉사자의 길을 걷겠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서원기도를 했다.

장모님은 하나님 앞에 울부짖는 그의 손에 성경구절이 적힌 종이를 전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41:10)

며칠 후 마지막 근전도 검사에서 의사들도 놀라며 근육병이 아니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하나님이 권 씨 부부의 기적을 보여 주셨다. 절망의 나락에서 그의 가족을 건져주신 것이다.

이후 권 씨 부부의 삶은 오롯이 그가 서원한대로 봉사와 혁준이를 위한 시간표로 짜여졌다. 권 대사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혁준이를 위해 해외촬영이나 지방촬영 스케줄도 가능한 피했다. 인기를 먹고 사는게 연예인이지만 그는 아들을 위해 모든 걸 접었다. 아침부터 아들이 잠들기까지 등·하교, 식사, 목욕은 물론 혁준이의 가장 친한 친구로 모든 정성을 쏟았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희귀병, 난치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2002년에는 천사를 돕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순수 봉사단체를 만들어 고통 받는 환우들과 가난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돕고 있다.

-사회복지 공부하며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 전달 -

이 외에도 권 대사는 목욕봉사, 집수리 봉사, 희귀난치병 환우들을 위한 희망나눔 음악회등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촬영이 끝나면 차 안에서 화장을 지우며 봉사현장을 찾았다. 그는 컴패션을 통해 인도, 필리핀, 페루, 케냐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고 아프리카에 교회를 세워 아이들이 신앙과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돕기를 기도하고 있다.

권 대사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다 체계적으로 사회봉사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아들의 건강한 식탁을 위해 한식 양식요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권 대사에게 봉사란 더불어 함께하는 것이란다. 편안하게 어울리면서 봉사하다보면 상대방이나 나도 즐거워져서 오래 지속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사 직분인 권 대사는 교회(동소문동 예닮교회)에서의 활동도 바쁘다. 결혼한 40대 남자들 모임인 디모데 모임 부회장, 환영위원회 친교부, 예닮교회 성극단 스텝 등 교회에서 많은 직책을 맏고 있다.

-그는 겸손함이 무엇인지 아는 배우다.-

사람이 교만하면 낮아지게 되겠고 마음이 겸손하면 영예를 얻으리라.’(잠언 29:23)

촬영 현장에서 그는 권 반장으로 통한다. 잠깐이라도 쉴 틈에는 촬영장 여기저기를 돌며 쓰레기를 줍고 촬영이 끝나면 조명기기를 날라주고 밥 때가 되면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밥을 퍼준다. 봉사가 몸에 밴 것이다. 이런 권 대사를 지켜보는 부인 엄 씨는 자신도 높이고 남도 높이면 좋은 텐데저렇게 까지 봉사가 좋을까라는 생각이 든단다.

나이는 자신보다 어리지만 남편으로 배우로서 권 대사를 존경한다는 엄 씨는 배우 권오중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오중 씨는 참 대본에 대한 해석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서구적 이목구비에다 늘 창의적이다. 하지만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 좋다며 스스로를 낮춘다남자로서 좀 배짱이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말하자 권 대사 슬며시 말을 끼어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혁준이도 크고 시간도 많은데 출연 교섭이 잘 들어오질 않네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22살 혁준이는 올해 대학생이 됐다성적만으로는 어느 대학도 가기 어렵지만 기적적으로 강남대학교 기독교학과에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부인 엄 씨는 혁준이가 처음 학교를 입학하던 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밝은 빛이 혁준이의 머리와 학교를 너무 환하게 비춰 정말 혁준이를 위해 이 학교를 예비해 두셨다는 것을 알았다. 감사의 기도를 수백 번이나 되뇌였다.

권 대사 부부는 늘 혁준이에게 감사한다. 생인손 같은 아들 덕분에 가정의 소중함도 알고 향기로운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어떤 삶이 행복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돌아오는 밤비행기 속에서 혁준이는 곤히 잠들고 부부는 벌써 다음 봉사일정을 짜고 있었다.

찔레곤(인도네시아)=곽경근 선임기자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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