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0일 (4)
반도체로 89조 번 삼성…110조 투자 어디로 향하나 [삼성 AI 투자지도①]

반도체로 89조 번 삼성…110조 투자 어디로 향하나 [삼성 AI 투자지도①]

반도체가 전사 영업익 99.7% 책임
올해 설비·R&D에 110조원 이상 투입
HBM 주도권 지키고 파운드리 회복 노려

승인 2026-08-10 06:00:03 수정 2026-08-10 10: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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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로 89조 번 삼성…110조 투자 어디로 향하나 [삼성 AI 투자지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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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방법 각사 사업보고서·공시·실적자료 분석, 업계 및 회사 관계자 취재
주제 AI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삼성의 투자와 사업 축이 어디로 확장되는지 보여줍니다
주의사항 공시와 업계 관측을 함께 다뤄 수율·수주 성과는 실제 양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 이익이 다른 계열사의 투자 재원으로 직접 이전되는 구조로 오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관전포인트 HBM,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잇는 투자 흐름이 삼성의 기술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지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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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삼성의 투자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투자 여력을 HBM과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 다시 투입하고 있다. 동시에 삼성SDS·삼성SDI·삼성전기도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서버 부품 등 AI 수요가 커지는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각 계열사의 투자 재원과 사업 전략은 독립적이지만, 삼성의 사업 영역이 반도체에서 연산·전력·부품으로 확장되는 흐름은 뚜렷하다. 쿠키뉴스는 두 편에 걸쳐 삼성의 AI 투자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대규모 투자가 실제 기술 경쟁력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Chat GPT 생성 이미지. 이혜민 기자
Chat GPT 생성 이미지. 이혜민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투자 여력을 다시 AI에 쏟아붓는다. 올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만 110조원 이상을 집행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강화하고,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메모리 호황으로 확보한 현금이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고, 상대적으로 뒤처진 비메모리 분야의 기술 격차까지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56% 늘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영업이익은 89조2000억원으로 전사 영업이익의 99.7%를 차지했다. AI 서버용 메모리 판매와 가격 상승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투자 여력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 110조원 이상을 집행하겠다고 이미 공시했다. 지난해 90조4000억원보다 21.7% 늘어난 규모로, 연간 투자액이 1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2분기 R&D 비용만 16조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110조원은 2분기 반도체 이익의 직접적인 사용처를 뜻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올해 전체 사업을 대상으로 세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계획이다. 89조원의 분기 이익이 곧바로 110조원의 투자금으로 옮겨가는 구조는 아니다.

그럼에도 역대 최대 반도체 이익은 공격적인 투자를 뒷받침할 재무적 기반이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확보한 현금과 인력, 생산능력을 어느 사업에 먼저 배분하느냐에 따라 AI 반도체 시장의 다음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의 최우선 순위는 AI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평택 생산라인과 테일러 사업장,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HBM4·HBM4E와 서버용 D램 생산능력을 늘린다. 이번 분기 HBM4 공급을 확대하고, 업계 최초로 HBM4E 샘플을 출하하며 기술 격차를 벌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상용 HBM4를 출하했다. 이어 5월에는 12단 HBM4E 샘플을 주요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HBM4E는 HBM4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제품이다. AI 모델이 커지고 연산량이 늘어날수록 이 같은 고성능 메모리의 중요성도 커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HBM4 매출이 전 분기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에는 HBM4가 전체 HBM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AI 가속기용 메모리 시장의 중심이 HBM3E에서 HBM4로 빠르게 이동하는 만큼 초기 공급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 공급계약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과 5년 이상 장기계약을 체결하거나 협상하고 있다. 전체 메모리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계약 물량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가격 하락 위험을 줄이면서 대규모 증설에 필요한 수요를 미리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과거 메모리 업계는 수요가 좋을 때 생산을 크게 늘렸다가 공급과잉과 가격 급락을 반복했다. 장기계약은 이 같은 변동성을 낮추는 장치다. 고객으로부터 선수금을 받거나 가격 하한선을 설정하면 삼성전자도 보다 안정적으로 생산시설에 투자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3차원 적층 기술 ‘X-Cube‘를 적용한 시스템반도체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3차원 적층 기술 ‘X-Cube‘를 적용한 시스템반도체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두 번째 투자축은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다. 메모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과 달리 파운드리는 수율과 고객 확보에서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의 수익성 격차를 줄이려면 2나노 이하 첨단공정의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수율은 생산한 반도체 가운데 정상 제품의 비율이다. 수율이 낮으면 같은 양의 웨이퍼를 투입해도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 줄어든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가격과 납기, 제품 성능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하려면 미세공정 기술 개발뿐 아니라 안정적인 수율을 입증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이 최근 50%대 중반까지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공식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만큼 실제 고객 제품의 양산성과를 지켜봐야 한다. 공정 종류와 제품 설계에 따라 수율도 달라질 수 있다.

파운드리 회복의 발판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165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33년 말까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테일러 공장에서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한다고 밝힌 바 있다. AI6는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대형 고객 확보는 파운드리 가동률을 높이고 후속 수주를 끌어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은 공장을 짓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생산물량이 부족하면 고정비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테일러 공장의 수율 안정과 적기 가동이 삼성 파운드리 반등의 첫 시험대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징 투자도 확대한다. AI 반도체는 연산을 맡는 그래픽처리장치와 데이터를 공급하는 HBM을 하나의 제품처럼 연결해야 한다. 아무리 빠른 메모리와 연산칩을 만들어도 이를 효율적으로 묶지 못하면 성능과 전력 효율을 충분히 끌어올리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모두 자체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고객사가 여러 업체에 생산을 나눠 맡기지 않고 삼성 한 곳에서 AI 반도체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원스톱 AI 반도체 솔루션’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흥 연구개발단지는 이 전략의 기술 거점이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차세대 메모리와 2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시스템반도체와 패키징 기술을 함께 개발한다. 평택이 대량생산을 맡고 기흥이 선행기술을 개발하는 구조다. 장기적으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차세대 생산능력을 뒷받침한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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