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 예금보험공사, 농협, 수협 등 여러 기관이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겨 균형발전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취지다.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 지방의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청년층이 빠져나가면서 지역 상권은 활력을 잃고 기업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젊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주민들의 얘기가 들린다.
공공기관 이전은 지방에 사람과 돈을 끌어들이는 가장 직관적인 수단 중 하나다. 직원과 가족이 정착하면 주거와 소비 수요가 생긴다. 관련 기업까지 따라 움직인다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다시 불안해진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람과 일자리를 지방으로 분산할 수 있으면 수도권 주택 수요의 쏠림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이 지방 소멸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공공기관 몇 곳을 옮겼다는 사실 자체가 균형발전의 성과가 돼서는 안 된다. 지역별로 기관을 나눠주는 것에 그친다면 지방 민심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기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부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전 지역의 인구와 고용, 소비가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관련 기업이 함께 이동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정착하지 않고 주중에만 머무는 이른바 ‘기러기 이전’이 적지 않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성과와 한계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으면 문제의 원인은 그대로 둔 채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손보는 처방에 그칠 수 있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수도권 통근버스 논란이 대표적이다. 통근버스는 지방 이전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결국 운행이 중단됐다. 하지만 직원들은 열악한 정주여건 탓에 가족과 정착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버스를 끊기 전에 왜 버스를 탈 수밖에 없는지부터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2차 이전에 앞서 기관별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금융공공기관은 금융회사와 기업, 시장 참여자와의 긴밀한 접촉이 업무 효율과 경쟁력으로 직결될 수 있다. 전문 인력 확보 역시 중요하다. 지방 이전으로 인해 업무 효율과 경쟁력이 낮아진다면 그 비용까지 따져야 한다. 균형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 비효율을 감수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지역경제에 돌아가는 편익이 분명해야 한다.
구성원에 대한 설득도 빼놓을 수 없다. 직장의 이전은 개인에게 단순한 근무지 변경이 아니다. 배우자의 직장과 자녀의 학교, 부모 부양 등 삶 전체가 달려 있다. 직장을 옮기는 결정이 사실상 거주지 선택까지 제약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공공기관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당연히 감수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필요하다. 하지만 목표는 ‘몇 개 기관을 어디로 보냈느냐’가 아니다. 기관이 옮겨간 뒤 사람이 정착하고 기업이 모이며 지역경제가 실제로 살아났느냐가 성패의 기준이 돼야 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주택 수요가 실제로 분산됐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관을 보내는 일이 아니라, 그곳에 사람이 머물고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