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0일 (4)
엄마가 집으로 돌아온 날, 통합돌봄의 ‘통합’을 묻다[병원이 집으로]

엄마가 집으로 돌아온 날, 통합돌봄의 ‘통합’을 묻다[병원이 집으로]

유경선 대한재택의료학회 정책이사(미래입법정책연구소 대표)

승인 2026-08-13 15:48:37 수정 2026-08-27 09: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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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가족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치매이지만, 일상의 평온함을 깨는 가장 흔한 불청객은 ‘낙상’이다. 엄마도 예외가 아니었다. 남동생의 전화로 엄마가 넘어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다음 날 병원에 도착해 보니 엄마는 생각보다 담담했고 컨디션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상태와 앞으로의 일보다 집에 두고 온 강낭콩을 까야 한다고 야단이셨다.

담당 주치의는 엄마의 무릎 인공관절 바로 위에 골절이 있어 수술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수술 여부를 가족에게 결정해 달라고 했다. 여기저기 의료자문을 구한 뒤 수술하지 않기로 했다. 당장 집으로 모실 준비가 되지 않아 입원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치료를 ‘포기’했기 때문에 요양병원이나 재활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료진의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16일간의 입원 후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 재가요양기관의 도움을 받아 복지용구를 준비했다. 전동침대와 휠체어를 비롯한 다양한 용구가 집 안을 채워갔다. 입원 전처럼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전동침대는 엄마가 늘 거실에서 밖을 바라보던 자리에 놓았다. 양방향으로 24시간 대화할 수 있는 무선 카메라도 설치했다.

첫 번째 고비가 시작됐다.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의 컨디션이 훨씬 나아지리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후기 고령에 접어든 엄마는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식사량이 줄고 구내염이 생긴 데 이어 엉덩이에는 작은 상처가 생겼다. 욕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가족 모두가 걱정했다.

재가요양서비스 중 방문간호를 신청해 욕창 관리를 받아야 할지, 재택의료서비스를 신청해 주사로 영양을 공급해야 할지 알아보기 위해 이곳저곳에 전화했다. 방문간호 서비스를 받으려면 의사의 방문간호지시서가 필요한데, 방문간호기관에서는 뜻밖에도 한의사가 엄마를 잠시 면담해야 한다고 했다.

영양주사가 더 급하다고 판단해 재택의료서비스를 먼저 받기로 했다. 은퇴 연령을 훌쩍 넘긴 의사와 간호사가 방문해 혈압을 측정한 뒤 영양주사를 놓아주었다. 식욕촉진제 처방을 요청하자 처음에는 말기 암환자에게만 사용한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가족이 재차 요청하자 의료진이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비급여 식욕촉진제를 처방받을 수 있었다. 구내염은 특별히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 통합돌봄 담당 부서에도 서비스를 문의했다. 이미 방문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엄마는 중복지원 문제로 추가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지 않았다. 가장 필요했던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사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허둥지둥 시작한 간병 새내기, 이른바 ‘간린이’ 생활도 벌써 한 달째다. 어르신이 병원에서 퇴원한 뒤 집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 재택의료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안내와 설명이 필요하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와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이 있다는 사실을 통합돌봄 담당자가 건네준 안내문을 통해서야 알게 됐다. 방문진료를 제공한 재택의료센터조차 두 사업의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다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구하는 동의서에 서명한 것을 보고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따른 의료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사업인 만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등에서 보호자에게 종합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호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방문재활도 마찬가지다. 재활의료기관의 방문재활은 올해 3월부터 시범수가가 적용됐고,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의 방문재활은 하반기부터 시범 도입될 예정이다. 같은 방문재활이지만 제공 기관과 대상자, 재원이 서로 다르다. 방문의료는 본인부담률이 30%이고 진료비도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방문간호를 확대하고 방문간호지시서 발급을 활성화해야 한다.

병원에서 2주 이상 입원한 뒤 집으로 퇴원한 노인이나 후기 고령자에게는 장기요양 재가급여 월 한도액과 별도로 방문간호를 추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하루 3~4시간의 방문요양만으로는 간병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방문요양 시간을 줄이면서 방문간호를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

방문간호지시서 발급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 장기요양 방문간호가 단순한 상태 확인에 그치지 않고, 필요한 경우 의사의 처방에 따른 다양한 의료적 처치로 연계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의사들의 방문간호지시서 발급을 활성화하고 이에 대한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장기요양급여에 방문재활을 신설해야 한다.

장기간 입원한 어르신이 집과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재활이 필수적이다. 퇴원 초기의 집중적인 재활치료는 사회적 입원과 요양시설 입소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의료기관 중심의 방문재활은 비용이 높아 환자와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넷째, 복지용구 상담을 강화하고 효과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급여 대상인 복지용구 가운데는 시중 제품보다 기능이나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도 있다. 관련 업체들이 제품 개발과 성능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급여제품 등록 절차와 가격 제한 등으로 이용자에게 필요한 기능과 성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복지용구를 구매하고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집에 방치하면 장기요양 재정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 보호자가 필요한 제품을 직접 구매하고 일정 금액을 지원받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복지용구가 환자의 어느 회복 단계에 필요한지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다. 복지용구 업체는 전동침대 등을 포함해 연간 한도액 160만원 안에서 가능한 많은 제품을 제공하려고 한다. 그러나 퇴원 준비로 경황이 없는 보호자들은 침대 외에 어떤 용구가 언제, 어떻게 필요한지 물어볼 곳을 찾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통합돌봄에서 ‘통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중심으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이 각각 의료와 요양 영역으로 나뉘어 설계·운영되고 있다. 의료서비스와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도 대부분 민간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통합돌봄의 ‘통합’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분절된 제도를 연결하려는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호자들은 여전히 높은 비용과 혼란을 감당하고 있다.

허둥대는 자식들의 간병으로 엄마가 더 고생하는 것은 아닌지 안쓰러울 때가 많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이제야 매일 엄마와 ‘웃고 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꼼꼼한 통합돌봄을 통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다가도 깔깔 웃는 엄마와의 시간이 멈추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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