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만난 한 식품기업 임원이 한 말이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맞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은 뉴스로도,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접한다.
식품기업의 사업은 결국 사람들이 먹는 것에서 시작한다. 새로운 맛의 과자와 라면을 내놓고 음료와 디저트의 종류를 늘리는 것도 소비자의 손이 한 번이라도 더 가게 하기 위해서다. 한 봉지보다 두 봉지, 한 달에 한 번보다 일주일에 한 번 팔리는 편이 좋다. ‘더 많이, 더 자주’는 오랫동안 식품기업 성장의 중요한 조건이었다.
비만치료제의 등장은 이 익숙한 공식을 흔든다. GLP-1 계열 치료제는 식욕을 떨어뜨리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한다. 실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비만치료제 투약 환자 300명을 조사한 결과 투약 이후 과자와 음료, 제과류 등 당과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의 소비가 줄었다.
하루 세 번 이상 간식을 먹던 사람들도 투약 후에는 하루 두 번 이하로 횟수를 줄였다. 모건스탠리는 오는 2035년까지 관련 제품 소비가 최대 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사의 신제품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산업에서 등장한 의약품이 성장 공식을 흔드는 변수가 된 셈이다.
한 끼를 다 먹던 사람이 반 끼를 먹게 됐다면 식품기업의 경쟁은 그 반 끼를 무엇으로 채울지로 옮겨간다. 먹는 양이 줄어든 만큼 한 번 먹을 때 필요한 영양을 챙기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다.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벌써 움직이고 있다. 네슬레는 고단백과 필수 미네랄을 담은 소용량 냉동식 브랜드를 선보였고, 제너럴 밀스는 단백질 함량을 높인 ‘치리오스 프로틴(Cheerios Protein)’과 ‘애니스 슈퍼 맥(Annie’s Super Mac)’을 출시했다. 많이 먹도록 만드는 대신 적게 먹더라도 선택할 이유가 있는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GLP-1’을 아예 제품에 내거는 경우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온라인 시장에서 ‘GLP-1 Friendly’ 등 관련 문구를 표시한 포장식품 수(SKU)는 2024년보다 약 37% 늘었다. 비만치료제의 확산을 식품 소비 감소의 위협으로 보는 대신 새로운 수요로 잡으려는 계산이다.
국내 식품시장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과자와 음료, 유제품, 간편식까지 고단백·저당 제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물론 모두 비만치료제 때문이라곤 할 수 없다. 건강을 챙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미 이어지고 있는 변화다. GLP-1의 확산은 이런 흐름을 조금 더 부추기고 있다.
식품기업이 익숙했던 성장 공식은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가 100을 먹다가 70을 먹는 데 그친다면 다시 100을 소비하게 만드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줄어든 30을 되찾는 대신 남은 70 안에서 선택받는 방법을 찾는 것도 성장 전략이다. 적어진 한 끼에 더 많은 영양을 담거나, 적게 먹더라도 찾게 되는 맛과 편의성을 만들 수 있다.
결국 달라지는 것은 ‘얼마나 먹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먹게 할 것인가’다. 더 많이, 더 자주 팔아 성장해온 식품기업 입장에서 최근 덜 먹는 분위기는 받아들이고 극복해야할 변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인기를 끌며 식품업계가 갖는 화두는 ‘줄어든 식욕 속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가’에 있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꼭 필요한 한 끼를 만들어내는 데서 갈릴 수 있다. 결국 ‘소비자 중심’ 구조에 답이 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