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8일 (4)
‘기존 거점 강화’ vs ‘지역균형’…전북 제3금융중심지 시험대

‘기존 거점 강화’ vs ‘지역균형’…전북 제3금융중심지 시험대

제3금융중심지 지정 여부 연내 결론
서울·부산 이어 세 번째 금융거점 도전
‘금융중심지·지역균형’ 정책 충돌 지적도
AI·재생E 등 첨단산업 금융수요 기대↑

승인 2026-08-26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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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사 읽기 정보
분량 약 6분
취재방법 전문가 인터뷰, 논문·보고서
주제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지역균형발전 필요성과 금융기능 분산에 따른 경쟁력 약화 우려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주의사항 지정 여부와 효과는 평가 결과와 실제 인프라 조성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세요.
관전포인트 전북의 연기금·산업 기반이 기존 금융중심지와 어떤 차별성을 만들 수 있는지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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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연내 전북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전북도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자산운용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국제금융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 금융중심지 정책에 지역균형발전 논리가 더해지면서 당초 목표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제53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열고 ‘전북금융중심지 지정 평가방안’과 ‘제7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2026~2028)’을 심의·확정했다.

이에 따라 분야별 전문가 12인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3~4분기 중 서면평가와 현장실사를 진행한다. 금추위는 평가 결과를 토대로 연내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여부를 최종 심의할 계획이다.

금융중심지는 다수의 금융기관이 금융거래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금융 거점을 말한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면 금융기관 유치와 집적화를 위한 정부의 자금 지원, 신규 채용·교육훈련 보조금, 법인세·소득세 3년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앞세운 전북…제3금융중심지 재도전

국내에서는 2009년 서울 여의도가 종합금융중심지로, 부산 문현이 해양·파생상품 특화금융중심지로 각각 선정됐다. 이번 제3금융중심지 후보로는 전북이 이름을 올렸다.

전북도는 지난 1월29일 금융위에 전북 금융중심지 개발계획을 제출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자리 잡은 전북혁신도시에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북도는 지역 특성을 살린 ‘자산운용 및 농생명·기후에너지 금융 특화’ 등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전북도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이는 문재인·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국정과제로, 이재명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청년이 모이는 자산운용 중심의 전북 금융특화도시 조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다만 금추위는 2019년4월 전북혁신도시의 금융 인프라 등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금융중심지 지정을 보류했다. 이후 전북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규모가 보류 당시 640조원에서 현재 1427조로 두배 이상 확대돼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하는 등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민간에서도 발을 맞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한·KB·우리금융그룹은 전북도에 복합 금융거점을 열었다. 하나금융 역시 자본시장 원루프(One-Roof) 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중심지 지정에 앞서 선제적으로 거점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KB금융그룹이 금융지주들 가운데 처음으로 전북혁신도시 금융타운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직접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국가균형발전 조금 더 힘을 내자. KB그룹에 감사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서울·부산도 경쟁력 ‘출렁’…분산 우려 넘어설까

문제는 금융중심지 지정 17년이 지났지만, 서울과 부산 모두 글로벌 금융거점으로 안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평가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은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2009년 35위에서 2012년 6위까지 뛰어올랐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2019년 36위까지 밀렸지만 다시 상승해 2026년 8위에 올랐다. 부산도 GFCI에 처음 이름을 올린 2014년 28위에서 2017년 70위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23위로 순위를 회복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024년 12월 발간한 ‘2개의 금융중심지, 그 발전정책의 재정립 필요성’ 보고서에서 “서울과 부산은 금융중심지로서 불안정하고 정체된 경쟁력, 외국계 금융회사의 유입 정체 및 국내 철수, 금융산업 생산의 서울 집중 심화 등 발전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중심지와 비교해 금융회사와 전문인력을 끌어들일 만한 사업·생활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산업의 서울 집중은 심화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의 금융·보험업 명목 지역내총생산(GRDP)은 68조3780억원으로 부산(7조3434억원)의 약 9배, 전북(3조2566억원)의 약 21배에 달했다. 성장세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서울의 금융·보험업 명목 GRDP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반면 부산은 0.5% 늘어나는 데 그쳤고, 전북은 오히려 1.3% 감소했다.

이에 금융중심지를 추가로 늘리기보다 기존 거점에 금융기관과 인프라를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산업은 기업과 인력, 자본이 한곳에 모일수록 정보 교류와 거래가 활발해지는 집적 효과가 큰 만큼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이 오히려 정책 역량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유태 부경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제금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금융중심지 정책에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섞으면서 정책 타겟팅이 흐려졌다”며 “국제금융 중심지를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제3금융중심지를 추가 지정하기보다 기존 금융중심지에 관련 기관과 기능을 집중해 정책을 완성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새만금 연계…차별화 가능성

반면 전북이 국민연금과 새만금의 산업 기반을 연계하면 기존 금융중심지와 차별화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성만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북에는 기금운용본부라는 큰 자금 운용 주체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금만 있다고 금융중심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금을 활용할 산업과 투자처가 함께 있어야 하는 만큼 새만금의 산업 발전과 제3금융중심지 조성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9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새만금 피지컬 인공지능(AI) 실증 사업과 재생에너지, 전력산업 등을 통해 전북만의 새로운 금융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산업이 본격화하면 기업의 자금 조달과 금융회사의 투자 수요가 함께 늘면서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자산운용 생태계와 지역 산업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3금융중심지를 지정할 경우 기존 거점과 기능을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울에서 다양한 금융업과 단기 투자를 포함한 폭넓은 금융 거래가 이뤄진다면 부산은 선박금융, 파생금융 등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화금융이 자리 잡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은 국민연금의 연기금을 기반으로 자산운용과 장기자금, 대체투자 등 분야를 특화할 수 있다”며 “새만금의 재생에너지, 해상풍력 사업에 필요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지원하는 기후·에너지 금융으로 기존 금융중심지와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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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김태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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