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8일 (4)
금감원 압박에 금융지주 ‘임추위 추천권’ 손질…실효성 논란도

금감원 압박에 금융지주 ‘임추위 추천권’ 손질…실효성 논란도

승인 2026-09-23 06:00:05 수정 2026-09-29 10: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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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사 읽기 정보
분량 약 4분
취재방법 법·제도 분석
주제 금융지주 자회사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독립성 강화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의사항 제도 개편의 실제 효과는 지주와 자회사 간 권한 배분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세요.
관전포인트 금감원의 요구와 금융지주의 대응이 어디까지 맞물리는지, 추천권의 실질 범위를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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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 절차의 투명성을 지적하며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권한 강화를 요구하자, 주요 금융지주들이 관련 제도 손질을 물밑 검토 중이다. 연말 5대 금융그룹 계열사 CEO 54명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당국의 지배구조 압박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다만 자회사 임추위의 후보 추천 기능을 확대하더라도 실질적인 인사 견제 장치로 작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지주 중심 지배구조 아래 자회사 임추위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추천 기능의 범위가 명확히 설계되지 않으면 권한·책임의 불일치나 절차 중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금융지주의 자회사 CEO 선임 관행을 비판했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자회사의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 임추위 역할도 제한적”이라며 승계 절차 전반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지주사 자추위가 CEO 자격 요건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불투명하게 인사를 진행하는 점을 정조준했다. 현행 규정이 지주 회장의 입김을 과도하게 반영해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을 키운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원장은 “향후 후보군 선정, 검증 및 평가, 기록 등 일련의 CEO 승계절차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BNK금융그룹이 가장 먼저 제도 손질에 나섰다. BNK금융 임추위는 지난 16일 지주와 9개 자회사의 CEO 승계 절차를 개편하는 ‘최고경영자 경영승계계획 적정성 점검 및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주 회장 승계 절차 개시 시점을 임기 만료 3개월 전에서 5개월 전으로 앞당기고 외부 후보에 대한 정보 제공과 평가 절차도 보완했다.

특히 은행 임추위에 CEO 상시 후보군 추천권을 부여했다. 지주가 주도해온 자회사 대표 인선 과정에 자회사 이사회가 관여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힌 것이다. 이번 개선안은 올해 말 대표 임기가 만료되는 경남은행과 BNK투자증권, BNK저축은행 등 7개 자회사에 즉시 적용된다.

타 금융지주도 ‘물밑 눈치싸움’…23일 간담회가 분수령

BNK금융이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KB·신한금융 등 타 지주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5대 금융 중 자회사 임추위에 후보 추천권을 명문화한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강제 규정이 아닌 탓에 실제 인사 과정에서는 유명무실 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날 예정된 금감원장과 주요 금융지주 회장단 간 조찬 간담회를 기점으로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수위와 지침이 드러날 경우 지주사들의 개편 작업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지켜봐야겠지만, 자회사 임추위의 독립성과 추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제도 실효성을 놓고 금융권 내부에서는 회의론이 거세다. 지주 핵심 계열사인 은행은 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소유한 ‘완전 자회사’다. 상법상 주주총회를 통해 자회사 이사진과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주체 역시 지주사다. 자회사 임추위의 후보 추천 기능을 넓혀도 지주 중심의 지배구조 아래 독립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계열사 임원은 지주와 원활하게 합을 맞춰 그룹 전체의 성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자리”라며 “지분 구조나 경영 현실상 자회사 임추위가 지주의 뜻을 거스르며 독자 행보를 걷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책임과 권한의 괴리’도 주요 쟁점이다. 은행은 금융지주의 핵심 수익원인 동시에 그룹 차원의 전략·리스크 관리와 밀접하게 연결된 핵심 자회사다. 지주 이사회와 경영진은 그룹 전반의 전략·리스크 관리·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 이 때문에 핵심 자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 지주의 관여 범위를 크게 줄일 경우, 권한과 책임의 배분이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금융당국이 언급한 ‘추천권’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자회사 임추위가 후보를 제안하는 수준에 그칠지, 후보군 압축과 검증·평가까지 맡을지에 따라 제도 개편의 실질적인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지주와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과 권한을 구체적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절차적 중복과 행정력 낭비에 대한 우려도 포착된다. 현재도 지주사가 연중 내·외부 상시 후보군을 관리하고 다단계 평판 조회와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 임추위가 별도의 인재 풀을 꾸려 동일한 검증 작업을 반복한다면, 불필요한 ‘옥상옥’ 구조만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을 맡을 만한 역량을 갖춘 인재 풀은 한정돼 있다”며 “이미 지주 차원의 내부 승계 프로그램과 검증 절차가 정착돼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가 같은 작업을 다시 수행하라는 것은 비효율적인 중복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당국이 요구하는 추천권의 실질적인 의미와 방향성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절차적 외형을 보완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배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보다는 형식적 절차만 하나 더 얹는 셈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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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금융당국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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