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8일 (4)
뽑아도 채워지지 않는 관제사 ‘빈자리’ [취재진담]

뽑아도 채워지지 않는 관제사 ‘빈자리’ [취재진담]

승인 2026-10-02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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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先) 항공 안전, 후(後) 항공 운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정부가 내놓은 ‘항공안전 혁신 방안’에 담긴 원칙이다. 당시 정부는 운항과 관제, 공항시설을 아우르는 항공 안전체계를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관제 인력 확충도 주요 대책으로 제시했다. 대책이 나온 뒤 실제 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국회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서 드러난 현실은 달랐다. 무안관제탑을 제외한 전국 14개 관제시설의 결원은 지난해 말 47명에서 올해 8월 67명으로 42.6% 늘었다. 같은 기간 결원율도 11.0%에서 15.2%로 높아졌다. 정부가 인력 확충을 위해 정원을 15명 늘리는 동안 실제 근무하는 현원은 오히려 5명 줄었다.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리를 늘렸지만, 현장에서는 채워야 할 빈자리가 더 커진 것이다.

늘어난 공백의 몫은 남아 있는 관제사들에게 돌아갔다. 전국 15개 관제시설 중 11곳에서 관제사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울산관제탑은 99.6시간으로 월 100시간에 육박했고, 양양관제탑은 82.8시간, 울진·울산접근관제소는 80시간을 기록했다. 특히 인력 공백이 큰 시설에서 초과근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이를 단순한 근무 여건의 문제로 넘길 수는 없다. 관제사는 여러 항공기의 위치와 운항 흐름을 동시에 파악하며 순간마다 판단을 내려야 한다.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에서 피로 누적은 항공 안전과 맞닿아 있다. 안전을 책임지는 인력의 빈자리를 남은 관제사의 추가 근무로 메우는 구조가 이어진다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관제사 11명을 배치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추가 채용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채용이 곧 현장의 공백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제사는 채용 이후 교육과 훈련을 거쳐 근무할 시설에 맞는 한정 자격을 취득해야 실제 업무를 맡을 수 있다. 비교적 단순한 시설도 수개월이 걸리고 복잡한 지역관제 업무는 최대 2~3년이 필요하다. 신규 인력이 자격을 갖추는 동안 현장의 공백은 기존 관제사들이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취재 과정에서 받은 한 통의 메일은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 했다. 결원이 생길 때마다 채용 인원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관제사를 어떻게 양성해 실제 현장에 투입할 것인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채용 이후 교육·훈련과 시설별 자격 취득, 현장 배치가 따로 움직여서는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장 투입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설명이 당장의 인력 공백을 설명하는 근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결국 좁혀야 할 것은 관제사가 필요한 시점과 실제 업무를 맡을 수 있는 시점 사이의 간극이다. 정원을 늘리고 필요한 인원을 채용하더라도 시설별 자격을 갖춰 현장에 배치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면 공백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설별 인력 수요와 자격 취득 기간, 퇴직과 이직에 따른 이탈까지 함께 고려한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 몇 명을 뽑았는지를 넘어 그 인력이 언제, 어느 시설에 투입될 수 있는지까지 연결해서 봐야 한다. 결원이 발생한 뒤 충원을 시작하는 방식만으로는 반복되는 빈자리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새로운 인력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숙련된 관제사가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것도 중요하다. 오랜 경험을 쌓은 관제사가 떠나면 단순히 한 명의 빈자리가 생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규 관제사를 양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 인력의 이탈까지 이어지면 충원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수와 휴식, 승진 체계 등 근무 여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인력 부족이 초과근무를 늘리고, 높아진 업무 부담이 다시 이탈로 이어지는 구조를 끊는 것 역시 충원 못지않게 중요하다.

세 차례 취재를 거치며 분명해진 것은 관제사 인력 대책의 성과를 채용 인원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채용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늘어난 인력이 실제 현장의 빈자리를 줄이고, 기존 관제사의 부담을 덜어내는 결과로 이어지느냐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정부가 거듭 강조한 ‘항공 안전’ 역시 이러한 현장의 변화로 증명돼야 한다. 현장의 빈자리가 줄고 남아 있는 관제사들의 근무 부담이 낮아졌을 때 정부의 약속도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참사의 교훈이 대책과 구호에 머물지 않고 관제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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