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톡톡] 대지진과 쓰나미의 상흔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던 쓰나미 피해지역 일본인들이 평정심을 잃어가고 있다. 피해지역이 아닌 곳의 일본인들도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구호품 배급 등에 차질이 빚어지는데다 전력과 수도까지 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질서의식을 보여줬던 일본인이었지만 ‘살기 위해서’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절도 행각에서 그들의 절박감을 읽을 수 있다.
지난 16일 미야기현 센다이 식품 등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컵라면과 기타 식품 등을 훔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유투브 영상으로 올라왔다.
영상에는 상점 주인이 보고 있는 와중에도 당당하게 생필품 훔쳐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직원들은 약탈하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지 않고 그저 멍하니 보며 “물건들이 침수됐기 때문에 도둑맞아도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영상을 보도한 일본 인터넷매체 로켓24는 “식량이 부족하고 무력한 상황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도둑질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앞서 지난 14일 사이타마시 키타구의 한 공업고등학교에서는 가솔린 캔 8개, 휴대용 형광등 4개 등 재해용 장비 56점을 도난당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피난민들이 구호용품 부족으로 장비들을 가져간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다.
난방과 이동을 위해 주유소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16일 요코하마시 사카의 한 주유소에서는 주유를 기다리던 30대 남성은 바뀐 순서에 화가 나 흉기로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이 주유소에는 200여대의 차량이 줄을 서 주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마구치현에서는 모금한 수재의연금을 훔치려다 잡힌 사람도 있었다. 요미우리신문은 16일 인터넷판으로 호우후시 시내 오락실에 설치한 모금함을 가방에 넣고 가려는 한 남자(57)가 절도 미수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모금함에는 6만724엔이 들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의 공포감은 쓰나미가 강타한 동북부지역을 넘어 일본의 심장인 도쿄로 번지고 있다.
방사능 오염 공포로 인한 주민들의 탈출 러시와 정전 확대, 사재기 현상 심화, 지하철과 버스의 제한 운행 등으로 도쿄는 도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력 수요 증가를 예측하지 못해 일부 지역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최대 3350만㎾를 공급해야 하나 3330만㎾만 공급했던 것. 최근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난방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전철 운행시간이 늘어나고 달리던 전철이 서자 시민들의 불만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사재기 현상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생필품인 쌀, 화장지, 생수 등은 거의 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사재기 현상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밝혔지만 효력은 미지수다. 산케이신문은 17일 "도쿄의 상점에서 연료와 일용품 등이 사라지고 있다"며 "생산과
운송에 문제가 발생하고있는 상품도 적지 않지만, 일부는 소비자가 사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지진 기부 행사를 사칭한 사기행각도 등장했다. 2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지진 기부 행사라며 여성들에게 귀금속을 받아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16일 오후 6시쯤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오무타(大牟田)시에서 84세 할머니가 금목걸이 2개를 강탈당했다. 할머니는 지진기부요원 차림의 20대 남성이 찾아와 동일본 대지진 관계로 귀금속 등 무엇이든 기부하라고 해 금목걸이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할머니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기증한 귀금속이라며 목걸이를 보여주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처럼 일본열도가 지진 후유증에 시달리자 일본을 탈출하려는 행렬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도교 시민들에게로 확산되고 있다. 2년 전 일본 도쿄로 유학을 떠난 이모(28)씨는 “오사카와 규슈 등으로 떠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한국에 친척이나 지인이 있는 일부 일본인들은 한국행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지영 기자 young@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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