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금감원, “소멸시효 지나도 자살보험금 지급해야”

칼 빼든 금감원, “소멸시효 지나도 자살보험금 지급해야”

기사승인 2016-05-23 16:26:55
<사진=국민일보DB>

"생보사들 자살보험금 지급 지시에 ‘소멸시효’ 내세우며 버티기
금감원, 지급 실적 저조한 생보사에 최후통첩… 징계 및 행정지도 초강수

[쿠키뉴스=김진환 기자] 금융감독원이 소멸시효 2년이 지났더라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생명보험사들에 최후 통첩했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금감원의 입장 및 향후 처리 계획’을 통해 자살 보험금 지급과 관련, 보험 청구권 소멸시효인 2년(현재 3년으로 연장)이 초과하더라도 상관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살을 재해사망이 아닌 일반사망으로 봐야 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유족들과 소송전을 벌여왔다. 그러다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생명보험사는 자살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ING생명보험 종합감사시 재해사망특약에서 2년 후 자살한 90여건, 200억원의 보험금이 미지급된 사실을 적발했다. 이후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에 제재와 지급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개별 소송 및 금감원의 과징료에 대한 행정소송까지 진행하며 보험금 지급을 미뤄왔다.

자살보험금 논란은 자살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생명보험사 상품 약관에 포함되면서 시작이 됐다. 보험사들이 2010년 4월 이전에 판매한 상품 약관 12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고’를 보면, ‘특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할 경우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다. 다시 말해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이야기다.

뒤늦게 문제를 발견한 보험사들은 황급히 약관을 변경했지만 고의로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보험사들은 약관 변경 전 가입해 자살한 유가족들에게 재해사망 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 보험금만 지급했다. 자살이 약관대로 재해사망으로 인정받을 경우 2∼3배는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이 대법원 판결대로 즉각 자살보험금 지급을 생명보험사에 주문하자, 생명보험사들은 이번에는 보험금 청구 소멸 시효를 문제 삼았다. 보험금 청구 소멸 시효란 보험금 청구서류를 사고발생일로부터 2년 이내에 접수하지 않으면 청구권이 소멸되는 것이다.

과거 재해사망보험금을 신청했거나 현재 소송 중인 경우를 제외하고 나머지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은 건에 대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거부를 주장할 빌미를 주게 됐다. 문제가 된 상품들은 2010년 이전까지 판매됐기 때문에 현재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는 종료된 상태다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 계약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은 여전히 남았다. 이와 관련해 보험 계약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보험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보험 계약자들은 재해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2년이 지나도록 신청하지 못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날 금감원 브리핑에서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의 귀책으로 특약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지났더라도 지급을 해야 한다”며 “소멸시효에 대한 민사적 판단을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4개 생명보험사가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은 2465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이 23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보험금 지급 대상의 78%에 달하는 수치다. 여기다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미룬 것에 대한 지연이자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금감원은 지급이자만 578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연한 회사와 임직원을 징계하고, 해당 보험사로부터 자살보험금 지급 계획을 받기로 했다. 지급률이 저조한 경우 현장 조사를 통해 압박할 계획이다. goldenba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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