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는 아파트가 최근 몇달간 감소하는 추세다. 실수요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로 중도금 대출 혜택이 크게 줄어 부담이 증가되고 있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한 단지 23곳 중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는 곳은 7곳(30.4%)이다. 이는 지난달 16곳(41.0%)에 비해 절반이 채 못 되며, 앞서 7월 21곳(52.5%)보다는 3분의 1로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중도금 무이자를 제공 단지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비규제 지역인 김포나 부산 부산진구 등 일부 지역에서 종종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도금 무이자는 분양가의 대략 60%에 해당하는 중도금에 대한 이자를 계약자 대신 건설사가 떠맡는 방식이다. 정부의 대책 발표 전까지만 해도 분양가 총액이 9억원을 넘지 않으면 집단대출이 이뤄져 왔고, 중도금 무이자나 후불제 방식의 혜택을 제공하는 단지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줄이기 일환으로 중도금 대출 조이기에 나선 데다 최근 정부가 규제에 나서며 시장 상황은 달라졌다. 8.2대책 이후 서울 전지역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구로 지정이 돼 대출 받는 것이 매우 까다로워 졌다. 여기에 LTV가 70%에서 40%까지 축소됐다. 세대당 1건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투기지역에서 추가 주담대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연내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을 앞둔 건설사 중 일부는 현재 분양가의 60%를 차지하는 중도금 비율을 40%로 낮추고 20~30%이던 잔금 비중을 40~5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즉 전체 분양가에서 중도금 비중을 낮추고 잔금 비중을 높이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은 전세금이나 기존 집을 판 돈으로 입주 때 잔금을 치르면 되는 방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너무 급하게 대책을 내놓다보니 실수요자들이 준비할 틈 없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는 대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