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수원지법 형사10단독(판사 최환영)은 반려견 관리를 소홀히 해 행인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58)씨에게 금고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오른쪽 다리와 왼손가락 일부를 절단해야 했다”면서 “피해자가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점, 정신적 충격이 큰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이씨가 키우던 핏불테리어는 목줄이 풀린 상태로 집 앞을 지나던 행인 이모(77‧여)씨를 물었다.
대형견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또 있다. 지난 8일 오후 10시20분 전북 고창군 고창읍 고인돌박물관 산책로에서 고모(46)씨와 이모(45‧여)씨가 맹견 4마리에게 물렸다. 고씨는 엉덩이에 큰 이빨 자국이 났고, 이씨는 오른팔의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 뿐만 아니다. 지난 19일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5시쯤 대구 수성구 파동공원에서 산책 중이던 A씨(80)가 생후 1년8개월 된 셰퍼드에 왼쪽 종아리를 물렸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은 주인이 반려견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발생했다. 자신들의 반려견은 안전하다는 주인의 인식이 목줄과 입마개 미착용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이면에는 편견이 숨어 있다.
인간의 편견과 관련된 검사가 있다. 내재적 연관 검사(Implicit Association Test)다. 지난 2002년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조슈아 코렐(Joshua Correll)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과 시카고 대학교의 베른트 위튼브린크(Bernd Wittenbrink) 심리학과 교수가 사회심리학지에 발표한 논문 ‘경찰관의 딜레마: 위협적인 개인을 모호하게 하기 위해 민족성 사용(The police officer's dilemma: Using ethnicity to disambiguate potentially threatening individuals)’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두 교수는 ‘총쏘기 비디오게임’ 실험을 통해 참가자들의 내재적 연관성을 확인했다. 실험은 이렇다. 참가자들이 보는 화면에 흑인과 백인이 등장한다. 참가자들은 손에 총 또는 다른 물체를 잡고 있는 화면도 함께 시청한다. 그들은 총을 들고 있는 화면이 나타날 경우 백인 또는 흑인에게 총을 쏠 수 있다. 단, 총이 아닌 물체를 잡고 있을 경우에는 쏠 수 없다. 해당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총을 쏘는 속도는 흑인과 백인일 경우 차이를 보였다. 참가자들은 백인보다 흑인일 경우 더 빨리 총을 쏘았다. 총이 아닌 다른 물체를 집었을 때 쏘려는 행동을 취한 경우 역시 흑인일 때 더 많았다.
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암묵적 편견이 결국 차별로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험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균형 잡힌 생각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어떤 대상과 의미를 무의식적으로 연결하는 환경에 익숙해진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 백인이 아닌 흑인을 범죄자와 연결짓는 것이 내재화된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편견은 인종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삶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것들에 적용되고 있다.
인간이 자신의 ‘반려견’을 ‘위험한 대상’이라는 이미지와 연결짓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의 반려견은 ‘안전하다’는 생각이 이미 자리 잡아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은 편견으로 굳어져 버린다. 결과적으로 타인에게 나의 반려견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무시한 채, 반려견의 목줄을 채우지 않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끔찍한 사고를 방치하는 것과도 같다.
이재연(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행복한 심리상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