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법이 보장한 토지수용권을 행사해 감정평가액 수준으로 싸게 사들인 공공택지를 원래 목적대로 활용하지 않고 개인에게 다시 팔아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남을)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201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전국의 땅 7527필지를 총 5조5400여억원에 전국 공인중개사 등을 통해 민간에 팔아 왔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1년 평균 1051필지(55만7000㎡)를 약 7470여억원에 매각했다. 이들 토지는 공공주택, 산업단지, 공공시설 등을 세우기 위해 LH가 수용해 택지로 조성한 곳들이다.
일반적으로 LH 소유 토지를 민간에 매각할 때는 부동산 중개업자 등이 아닌 LH의 토지청약시스템에서 경쟁입찰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LH는 이들 토지가 장기간 매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인중개사 등 개인에게 알선을 맡겨 땅을 팔았다.
LH는 이 같은 방식으로 취득원가 대비 약 2.5배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7527필지 중 조성원가 공개대상 토지인 3448필지를 기준으로 보면 총 1조1630억원에 매입한 뒤 약 3조원에 되팔았다.
이 과정에서 매년 평균 41억원, 총 331억원의 수수료가 공인중개소 등에 지급됐다. 토지 매각 금액 대비 평균 0.6%를 전국 공인중개사에 지급한 셈이다.
전현희 의원은 “LH가 시장상황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땅을 수용한 결과 불필요한 방법을 동원해 땅을 매각하는 지경이 됐다”며 “향후 택지 조성 및 기존 택지 매각 과정에서는 면밀한 시장 예측과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