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국내 대형 증권사 가운데 초대형IB(투자은행)에 첫 발을 내 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서 한국투자증권은 기존에 종합금융(종금)에만 적용됐던 ‘발행어음 사업’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한국의 골드먼삭스’를 위한 첫 걸음마로서 의미있는 일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유상호 사장이 이 회사의 좌장으로 부임한 이래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대형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 간 10%가 넘는 ROE(자기자본이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올해 한국투자증권의 ROE(상반기 기준) 12.7%다. 기존 경쟁사(미래에셋대우,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ROE가 10%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형증권사 중 최초로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들면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종합금융투자실’이라는 별도의 운용부서를 신설해 신사업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도 나름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발행어음 업무가 시행된다면 증권업계의 영역이 기존 보다 다양화될 가능성이 크고 금융상품이 이전 보다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는 외국과 비교해 M&A(인수합병) 등 전통적 IB업무도 본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브로커리지 위주의 사업이 주춤한 추세에 볼 때 초대형IB사업은 ‘먹거리 사업의 다각화’를 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직 넘어야할 산도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발행어음은 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스스로 발행하는 어음이다. 기존에는 종합금융회사에만 발행어음 업무가 허용됐다. 초대형IB가 시행되면 자본총계 4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1년 이내의 어음 발행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들 증권사의 어음 발행액은 레버리지 비율산정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증권사가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든다고 해서 갑자기 큰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우선 발행어음이 원금보장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운용수익률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1.5%, 국고채 금리 1.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발행어음 약정 금리는 1.8% 정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발행어음은 기존의 CP(기업어음)와 큰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단기금융의 50%를 기업금융에 사용하도록 했으나 최근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예전만 못한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초대형 IB를 구상하는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뿐만 아니라 부동산 사업에 대한 비중을 확대를 요구했다. 이는 기존 기업금융 부문만 가지고는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애초 PF사업에 대한 증권사 금융비중은 10%로 묶었으나 증권사들의 반발로 30%로 확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초대형IB 사업에 대한 첫 걸음은 금융투자업계에 큰 획을 그을 만한 것이다. 그렇기에 사업 시행에서 시행착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이 선전한다면 나머지 후발주자에도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