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미술 사이’라는 강좌 제목에서 저는 ‘사이’라는 단어를 포인트로 잡았습니다. 음악과 미술의 공통점이나 유사성을 탐구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표현 방식, 또 그에 따른 감상 태도의 차이를 주목하는 강좌입니다. 두 예술이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아온 흥미로운 사실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정우진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K-MOOC(Korean Massive Open Online Course) ‘음악과 미술 사이’에 대해 ‘융합’과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실마리 삼아 그 ‘사이’를 13주 동안 탐구해가는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또 시대를 품은 음악과 미술이라는 재료를 대중이 맛있고 편안하게 맛볼 수 있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예술이 낯설고 부담스러운 학습자를 위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산업디자인, 광고 등을 수업 자료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마네, 세잔, 피카소 등 19세기 화가들은 변화된 시간과 공간, 즉 4차원에 대한 의식을 과학자나 철학자보다 앞서 보여준 바 있습니다.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쓴 기법은 훗날 광고나 영화 음악의 원형으로 이어졌고, 에릭 사티의 ‘가구 음악’은 백그라운드뮤직(BGM)이나 ‘환경 음악’, ‘공간 음악’의 원조가 됩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자신의 통찰력을 우리 눈앞에 들이대는 일에 자신의 재능, 심지어 삶까지도 바치는 사람들, 이 예술가들의 사고가 깃든 예술은 늘 새로움과 변화의 효소로 작용해왔습니다.”
정 교수는 강좌 게시판에 직접 설명이나 댓글을 달면서 학습자들의 반응을 일일이 살핀다. 주제나 질문이 흥미롭게 다가가는지, 내용이 어렵지는 않은지, 사용자 환경에서 불편한 것은 없는지 등은 실질적 소통을 추구하는 가운데서 늘 안고 있는 고민이자 풀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정 교수는 학습자들과의 직접 교류를 목적으로 오프라인 특강도 구상 중이다. 오페라를 상영하는 극장과 협약을 맺어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 나누는 행사 등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강좌를 기획하면서 염두에 둔 것이 ‘생동감’이었어요. 전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업에 나오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죠. 그래서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 진행했던 것 중 하나가 유럽 현지 탐방이었어요. 스텝 없이 홀로 캠코더와 삼각대를 들고 분리파전시관, 베토벤광장, 오르세미술관, 튈르리정원 등을 담아왔습니다.”
학습자를 위한 정식 교재 출간을 앞두고 있는 ‘음악과 미술 사이’는 K-MOOC 플랫폼을 통해 복합적·통합적 접근이 가능했다. 이는 ‘수요자 중심’ 시스템을 실천하는 기틀이 됐다. “이 강좌에서는 교재나 읽기자료, 미술 및 음악 감상, 탐방 영상 등을 곁들일 수 있어요. 제가 강단에서 하는 오프라인 강의는 우연적 요소 등이 시간과 함께 지나가 버리거나 사라져 버리기도 하는데, K-MOOC 콘텐츠로서 완결성을 가져야 하다 보니 정말 고군분투했죠. 강좌의 질을 높여놓았다는 게 K-MOOC의 강점인 것으로 보입니다.”
정 교수는 순수 교양강좌인 ‘음악과 미술 사이’가 실용성을 추구하는 현 시대에 걸맞지 않은 시대착오적 강좌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 교수는 예술이야말로 당연하고 상투적인 것을 새롭게 배치해보는 ‘멋진 실험실’이라고 강조했다. 어쩌면 실용성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사회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온갖 가능성을 가졌고, 그 가능성은 미래를 향해 열려있다는 설명이다.
“예술의 수수께끼 같은 성질은 정답이 여러 개인 문제를 다뤄야 하는 요즘 시대에 매우 유연하고 유익한 연습 문제가 됩니다. 예술과의 만남과 교류가 궁극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사고하는 동력이 되는 것이죠. 광고천재 이제석씨가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의 사진을 전봇대에 붙여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한 광고를 만든 것처럼 예술이 갖는 창의성의 영향력은 현실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