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증축으로 반복되는 대형 참사…건축법 개정 필요

불법 증축으로 반복되는 대형 참사…건축법 개정 필요

기사승인 2018-01-28 13:12:31

188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병원 1층 응급실 안에 있는 환복‧ 탕비실 천장에서 처음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장소는 해당 병원 건축대장에는 없지만 병원 측이 일부 시설을 개조해 만든 시설이다. 반복되는 화재 참사의 원인이 불법 증축에 방점이 찍히면서 불법 증축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 밀양 세종병원 합동 현장 감식 결과 “응급실 내 환복 및 탕비실 천장 최초 발화”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남지방경찰청의 브리핑에 따르면 “1층 전역에 걸쳐 탄화물과 낙하물을 감식한 결과 응급실 내 간이 설치된 ‘환복 및 탕비실’ 천장에서 최초 발화가 된 것을 확인됐으며 천장에 배선된 전선을 수거해 정밀감정 후 화재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환복 및 탕비실은 해당 병원 건축대장에는 없지만 병원 측이 일부 시설을 ‘개조’해 응급실 안에 만든 시설이다.

고재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전과장은 천장 배선에서 ‘전기적 특이점’을 발견했다며 이는 전기단락, 불완전 접촉 등이며 누전의 경우는 배제해도 된다고 전했다.

천장에는 전등용 전기배선과 콘센트 전원용 전기배선이 있었으며, 천장 위쪽에 설치돼 일부는 내부로 노출돼 있다.

천장구조는 석고보드 천장 위에 전기 배선이 있고, 그 위에 난연제를 도포한 스티로폼과 석고보드(몰타르), 벽이 층층이 있는 구조로 알려졌다.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한 것은 스티로폼 때문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대부분은 해당 스티로폼이 타면서 발생한 연기에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 반복되는 화재 참사…무단증축이 주요 원인

밀양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은 모두 13건의 무단 증축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병원은 1992년에 지상 5층 규모로 신축됐다. 2006년 1층과 4층, 5층에 147㎡ 규모의 불법건축물이 설치됐다.

요양병원은 1996년 지상 6층 규모로 지어진 뒤, 2007년 2층과 6층에 20㎡ 규모의 불법건축물이 만들어졌다.

밀양시는 두 건물에 대해 2011년 2월부터 연 2회 시정명령을 했고, 2011년 8월부터 연 1회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현재까지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총 3000만 원 상당이다.

경찰은 천장 배선의 화재가 불법 구조변경으로 인한 것인지는 수사할 예정이다.

지난달 발생한 제천 화재 참사도 9층 건물을 불법 개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옥탑기계실의 천장과 벽을 막아 직원 숙소용 주거공간으로 사용했다.

1999년 씨랜드 화재사고(사망 23명), 2008년 이천 냉동 창고 화재사고(사망 40명·부상 9명)도 불법 구조(용도) 변경 등이 사상자를 낸 원인이었다.

◇ 건축법 개정과 제도 개선 필요

대부분의 대형 참사는 허술한 제도나 법의 사각지대에서 반복됐다. 정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관련법과 제도도 개선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고 재발방지 약속을 반복했지만 ‘땜질식 처방’에 불과했다.

앞서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이후 건축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방화구획(큰 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화재가 건축 전체에 번지지 않도록 내화구조의 바닥·벽 및 방화문 또는 방화셔터 등으로 만들어지는 구획) 규정 재정비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 건물 대책 마련 등이다.

현재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화재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법률안에는 건물 1층 출입구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위치·너비 기준 등에 따르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을 발의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현행 법령은 건축물의 출입구와 관련해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을 대상으로 보조출구 및 비상구 설치, 출구의 너비 기준 등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사건의 경우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출입구가 1층 중앙에 위치해 공기 유입이 원활하게 됨에 따라 화재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 위반 시 건축주, 설계자 등에게 벌칙을 부과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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