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체계 무너져” vs “자질검증 이뤄져야”… 교장공모제 확대 논란

“승진체계 무너져” vs “자질검증 이뤄져야”… 교장공모제 확대 논란

기사승인 2018-02-01 01:00:00

교장 공모제를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놓고 교육계의 찬반 논쟁이 뜨겁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무자격 공모는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폐지 청원운동 등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교장의 자질 검증이 뒷받침되면 학교 혁신과 민주적 운영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 “공모제, ‘코드·보은인사’ 수단 전락… 공정성 상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 운영학교를 신청학교의 15%로 제한했던 기존 규정을 없앤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원하는 학교는 모두 공모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는 경력 15년 이상 교사라면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제도로, 자율학교와 자율형공립고가 시행할 수 있다.

교총은 즉각 반발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과 17개 시‧도 교총 회장단들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무자격 교장 공모제 확대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모든 조직력을 동원해 총력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교총이 초·중·고 교사 164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1.1%가 공모제 확대에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는 ‘코드·보은인사 등으로 인한 공정성 상실’이 31.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오랜 기간 준비한 대다수 교원과 승진제도 무력화’가 26.0%로 나타났다.

교총은 그간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통해 임명된 교장의 70% 이상이 전교조 출신으로, 사실상 특정 노조의 교장 진출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내놓았다. 하 회장은 “20년 이상의 교육 경력이나 근무 성적, 연구·연수 실적을 축적하고, 각종 기피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교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조치”라고 일축했다. 더불어 “교장 공모제 확대는 인기영합주의 교사, 교육감의 눈치만 살피는 교사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총은 국민청원운동에 이어 하 회장을 시작으로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및 철회 촉구 릴레이 1인 시위’를 전개 중이다.

공모제 확대에 대한 반대 의견은 지난달 26일 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교장공모제 토론회에서도 쏟아졌다. 토론자로 나선 이창희 서울 상도중 교사는 “교장임용제 개선에는 공감하지만, 관련 정책연구 등을 통해 충분한 필요성과 이득이 더 많다는 것이 증명될 때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제도 개선에서 특정 교원노조에게 유리하다는 의혹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범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운영위원장은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전까지 특정 정파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농후한 무자격 교장공모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 “승진 위한 ‘점수 따기’ 관행 버려야… 구성원이 인정한 인사 임용돼야”

전교조는 “교장 공모제 확대로 실력과 자질이 입증된 평교사가 교장을 맡을 기회가 많아지면, 학교 혁신과 민주적 운영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며 정부 방침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그동안 교장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독재적이고 제왕적 권력을 누려온 게 사실이며, 또 그 교장이 되기 위해 교사들은 ‘점수 따기’ 경쟁을 벌이는 관행을 거듭했다”면서 “이 같은 관행이 학교 교직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왔다는 반성 속에서 나온 것이 교장 공모제다”라고 강조했다.

송 대변인은 “공모제 확대는 이명박 정부 당시 15%로 제한했던 부당한 행정조치 규제를 푸는 것일 뿐인데, 교총을 중심으로 승진체계가 무너질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는 과도한 선전에 불과하며 실제 공모제는 자율학교를 중심으로 일부 학교에서 시행되는 만큼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기존 승진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장 공모제가 전교조 출신 등 특정 인사를 교장 자리에 앉히는 ‘보은·코드인사 도구’로 쓰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교조 교사들이 교장에 임명된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모제는 전교조뿐만 아니라 교총을 비롯한 모든 단체에 열려있으며, 학교 구성원에게 인정을 받은 인사가 임용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교장 공모제 확대와 관련해 모든 교원단체를 아우르는 교사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6일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서울교사노조,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등 공모제 확대를 지지하는 교원단체들의 설문 결과도 제시됐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22~26일 전국 교육공무원 3282명을 상대로 ‘교장공모제에 대한 교육현장의 인식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71.5%가 공모제 확대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교장공모제 가운데 축소해야 할 유형으로는 47.6%가 초빙형 공모제를 꼽았다. 초빙형 공모제는 교장 자격증이 있는 교원에 한해 이뤄진다. 4개 교원단체는 “교장 승진을 위한 교사 줄 세우기 결과로 인해 지금의 획일적 교육과 승진 중심 교직 문화가 나타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시 공모제를 지지하는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일반학교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걱세는 “자율학교뿐 아니라 일반학교에도 공모제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면서 “공모제 확대에 반발하는 교총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은 정책 흔들기를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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