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치료에 대해 국가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희귀질환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희귀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중인 제도들은 많다. 산정특례·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 등이 대표적이며, 경제성평가 면제제도나 위험분담제 등은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 확대로 보장성 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만 보면 희귀질환에 대해 어느 정도 치료 보장성이 담보된 것 같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산정특례제도의 경우 진료비 부담이 높은 희귀난치성질환 등 중증질환에 대해 환자가 내는 진료비를 0~10%만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는 고시된 희귀난치성질환자 진단(의증은 제외)을 받아 본인부담 산정특례대상자로 등록하면 해당 질환 및 합병증으로 입원 또는 외래 진료 시 본인부담률 10% 적용(질병군 입원진료, CT·MRI·PET, 약국 포함)이 된다.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헬프라인에 따르면 ▲입원·외래 본인부담금(비급여, 100/100 본인부담 항목 제외) ▲약국 또는 한국희귀의약품센터인 요양기관에서 의약품을 조제 받는 경우도 포함 ▲미등록자는 입원 20%, 외래 30~60%의 본인부담률 적용 등이 적용범위로 명시돼 있다.
문제는 산정특례 지원이 급여 항목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즉 산정특례 대상으로 등록되더라도 필수적인 치료행위 또는 치료제가 비급여인 경우, 희귀질환 환자들은 실질적인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특히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비급여’ 치료에서 나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 보장성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희귀질환 대부분이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특성으로 한 가정에 여러 명의 환자가 있고, 평생치료가 필요한데 비급여 치료의 경우 환자들이 산정특례 적용을 받지 못해 가계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지난 2016년 12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현재 산정특례제도 등 희귀질환 지원사업이 급여 본인부담금에 집중되고 있어 고비용의 비급여 등에 대한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희귀질환 관련 학회를 조사한 결과 지원이 필요한 항목으로 비급여 의료행위, 치료재료 및 허가초과 의약품이 378건, 전액본인부담(100/100) 항목 139건 등으로 조사됐다. 진료항목별 연간 평균소요금액도 비급여 약제비용이 339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비급여 재활치료 320만원, 전액본인부담(100/100) 약제 320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약제의 경우는 보장성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보통 희귀질환 치료제들이 고가인데다 평생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치료제 비용 부담이 큰데 희귀질환 치료제 중 약 40%는 여전히 비급여로 남아있다.
보건복지부는 산정특례 제도가 급여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비급여 치료제나 치료행위에 대해서는 혜택을 받도록 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희귀질환 환자들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없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케어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희귀질환으로 인정하는 법적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서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데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누락과 사각지대를 없애 극희귀질환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연말 국내 희귀질환자 및 가족의 삶의 질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 치료 및 예방을 위해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정책 방향과 과제를 담은 ‘제 1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2017~2021년)을 발표했다.
희귀질환자가 산정특례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여러 검사를 거쳐야만 한다. 이러한 복잡한 절차를 거쳐 어렵게 등록하더라도 실질적 혜택을 받기는 힘든 실정이다.
일례로 HoFH(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는 국내 환자 수가 약 50여명으로 예상되는 극희귀질환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대부분 30대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치명적인 질환이다. 국내에서 HoFH는 극희귀질환 산정특례 적용 대상이지만 현재까지 산정특례 등록이 된 환자는 10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현재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꼽히는 치료제는 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여전하지만 약제 급여화 방안은 별 다른 대안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환자수가 워낙 적어 치료제 급여를 요구하는 등의 보장성 강화 목소리를 내지 못해 다른 질환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에 힘들어하고 있다.
지난 1월 박인숙 의원실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희귀질환 치료제는 환자 수가 적거나 약제 비교가 어려워 보험 등재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은 실비보험에 가입하거나 사보험을 통한 혜택을 받기 어려워 비급여 약제를 전액 부담해야 하고 이는 곧 치료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희귀질환에 대한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환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또 명확한 기준 없이 요구도가 높은 질환부터 혜택을 주는 정책은 다른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야기할 뿐이다. 사각지대에서 소외되고 있는 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