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FTA 협상에서 자동차 업계의 미래 성장을 버리고 철강을 택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발표한 미 자유무역헙정(FTA)개정협상 발표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가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자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업체별로 연간 5만대까지 국내에 수출할 수 있다. 또한 국내산 픽업트럭에 관한 25% 관세를 2041년까지 20년 연장했다.
픽업트럭은 뚜껑 없는 적재함을 장착한 차량으로 2~3인승 1열 시트를 갖춘 객실 또는 4~6인승 2열 시트를 갖춘 더블 픽업의 형태로 나뉜다.
미국 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픽업트럭은 280만대 규모로 전년 보다 4.8% 증가했고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베스트셀링카 3종인 포드 F시리즈, GM 실버라도, FCA 램 1500 모두 픽업트럭이다.
이와 함께 미국 기준에 따라 수입하는 차량에 장착되는 수리용 부품에 대해서도 미국 기준을 인정한다. 양국은 5년 단위로 설정하는 연비·온실가스 기준에 대해 현행(2016~2020년) 기준을 유지하되, 차기 기준(2021~2025년) 설정시 미국 기준 등 글로벌 추세를 고려하고 판매량이 연간 4500대 이하인 업체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소규모 제작사' 제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인정해주는 '에코이노베이션 크레딧' 상한도 확대하기로 했다. 휘발유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시험 절차와 방식도 미국 규정과 더 조화를 이루도록 개정한다.
반면 한국산 철강이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미국의 우려 해소 차원에서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줄어들 전망이다.
관세 면제를 받는 대신 우리 정부는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에 대한 쿼터(수입할당)를 수용했다. 쿼터는 2015~2017년 대미 평균 수출량인 383만t의 70%인 268만t으로 지난해 수출량의 74% 수준이다.
美 상무부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 1위이며 대미 철강 수출 3위인 우리나라를 러시아, 터키, 중국, 베트남 등과 함께 53% 관세를 부과하는 12개국에 포함한 바 있다. 모든 국가에 2017년 수출량의 63% 수준에 해당하는 쿼터를 부과하는 다른 상무부 권고안과 비교해도 더 많은 수출량을 확보했다.
다만 수출 물량은 품목별로 차이가 있다. 판재류의 경우 2017년 대비 111% 쿼터를 확보했지만, 다른 주력 품목인 유정용강관 등 강관류의 경우 2017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농축산물 시장에서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으며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제도와 원산지 검증에 대해서는 한미FTA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보완하기로 합의했다
산업부는 "이번 협상 결과는 당초 미국 상무부가 발표했던 3개 관세안보다 국내 철강업계에 훨씬 유리한 결과"라며 "미국의 관심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면서 우리의 핵심 민감 분야는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전했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