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분명 유리한 고지에 있다. 비기거나 져도 16강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러나 경기에 임하는 서정원 감독의 원칙은 ‘승리’뿐이다.
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수원 삼성은 17일 오후 7시 일본 이바라키현의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H조 최종전을 치른다.
지난 주말부터 서 감독의 머릿속은 가시마전으로 가득 차있는 듯했다. 14일 빅버드에서 홈 첫 승을 신고한 서 감독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간 홈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승리를 신고했다. 승리를 위해 투지를 다한 선수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면서도 “3일 후 중요한 ACL 경기가 있다. 더 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서 감독은 ‘가시마’를 수차례 언급했다. 몇 주째 주중 경기가 잇달아 열렸던 탓에 ‘체력’ ‘로테이션’과 같은 표현도 잦았다. 서 감독은 “염기훈 선수 같은 경우 체력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가시마전에서 선수들을 이끌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염기훈은 상주전에서 후반 22분 교체 투입됐다. 바그닝요, 데얀도 조기에 불러들여 체력을 비축했다.
수원은 ACL H조에서 2승 1무 2패로 2위에 올라 있다. 3위 시드니 FC와 승점 2점 차이다. 1위는 승점 9점 가시마로, 최소 2위를 확보한 상태다.
16강 티켓은 2위까지 주어진다. 이날 수원이 이기면 수원 1위, 가시마 2위로 H조는 정리된다.
만약 수원이 비기거나 패할 경우 시드니-상하이전을 지켜봐야 한다. 두 대진에서 모두 무승부가 나오면 수원이 2위로 16강에 오른다. 수원이 비기고 시드니가 2점차 승리를 따내며 2위는 시드니가 된다.
수원이 패해도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 시드니-상하이가 비겨도 승점 1점 차이가 나 수원이 2위를 유지한다. 상하이가 이기면 수원과 상하이가 승점 7점으로 동점이 되지만 승자승 우선 원칙에 따라 골득실과 관계없이 수원이 2위로 16강에 진출한다.
서 감독은 유독 ACL과 인연이 없었다. 4차례 본선에 올랐지만 최고 성적은 16강이고 조별예선에서만 3번 탈락했다. 이는 구단의 부진과도 궤를 같이 한다. 김호 감독이 이끌던 2001, 2002년에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ACC)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뒤 지금까지 아시아축구연맹 주관 대회에서 줄곧 부진했다. 윤성효 감독이 이끌던 2011년 4강에 오른 게 그나마 나은 성적이다.
서 감독은 경우의 수를 따지고 싶지 않다. 서 감독은 가시마전에 대해 ‘무조건 승리’를 원칙으로 세웠다. 가시마는 현재 J리그에서 3승 2무 3패로 8위에 머물러있다. 원정전이지만 K리그1(클래식) 2위를 달리고 있는 수원이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수원은 개막전 1패 후 6경기 연속 무패(4승 2무)의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김종우 등 젊은 선수의 활약도 고무적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