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 미스, 드리블 실수, 무의미한 롱볼. FC 서울의 답답한 경기력이 시즌 초반부터 제자리걸음이다. 최전방에 선 에반드로는 연신 답답함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전반과 후반 서울 서포터즈는 응원가 ‘서울을 위해’에 “황새 아웃”을 삽입해 외쳤다. 서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속된 말로 “실수가 많으면 태업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날 경기는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 듯 보였다. 몸에 맞지 않는 전술뿐 아니라 선수들의 부담감과 실망감, 동기 부족, 그리고 서포터즈의 날 선 비판 등이 얼기설기 얽혀 있었다.
고요한이 빠진 서울은 4-3-3과 4-2-2를 자유롭게 오갔다. 심상민, 황현수, 김원균, 신광훈이 포백라인을 구성하고 황기욱, 정현철이 수비적인 미드필더 역할을 했다. 좌측은 조영욱, 우측은 김한길이 날개로 섰고 전방엔 에반드로, 신진호가 위치를 바꿔가며 공격을 이어갔다. 좌우공격 상황에 따라 조영욱, 신진호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서울은 전반부터 실수 일색이었다. 드로잉 상황에서 볼을 받은 선수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상대에게 공격기회를 넘겨줬다. 양한빈의 롱볼은 주인을 잃고 상대편 골키퍼의 품에 안기기를 반복했다. 중원과 수비지역에서의 패스 실수는 곧 치명적인 위기로 이어졌다. 볼을 받은 선수는 탈압박에 필요한 동료 선수를 찾지 못하고 이내 볼을 빼앗겼다.
서울은 경기 초반 미드필더를 생략한 롱볼로 에반드로의 머리를 겨냥했다. 그러나 잦은 롱볼 실수가 이어지자 패스 위주의 사이드 돌파로 방향을 선회했다. 공격이 나아지지 않았다. 전반에 유효슈팅은 0개였고, 점유율은 오히려 47대53으로 밀렸다.
후반에 에반드로가 홀로 고군분투했다. 후반 초반 수비 둘을 달고 때린 왼발 슈팅이 골문 안쪽으로 향했다. 골키퍼 유상훈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쳐냈다. 경기 첫 유효슈팅이다. 조금 뒤엔 우측 사이드에서 짧게 올라온 크로스를 에반드로가 감각적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또 유상훈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18분 김한길, 정현철이 나가고 안델손, 코바가 투입됐다. 안델손의 빠른 스피드와 코바의 안정적인 크로스가 서울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빌드업 과정에서의 패스 미스는 여전했다. 자주 사이드가 무너져 상대에게 기회를 줬다.
후반 33분엔 박주영이 투입됐다. 박주영은 직접 손짓을 섞어가며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공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주의 역습에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됐다. 0-0 상황에서 주심의 종료 휘슬이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서포터즈는 다시금 “황새 아웃”을 외쳤다.
지금의 경기력이라면 앞으로도 서울의 도약은 요원해 보인다. 경기장 전체를 휘감는 침울한 분위기는 서울이 더욱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한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서울이 내려야 할 결단이 무엇일지 깊이 고민해 볼 시기다.
상암 |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