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죽음 선택하기 전 10명 중 9명 경고신호 보냈다

스스로 죽음 선택하기 전 10명 중 9명 경고신호 보냈다

기사승인 2018-05-03 14:30:12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자살사망자 10명 중 9명가량은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언급을 자주하거나, 불면 과다수면, 죄책감과 무기력감 등 언어와 행동 변화를 통해 경고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망 전에 경고신호를 인지한 자살 유가족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중앙심리부검센터로 신청·의뢰된 자살사망자 289명의 사례(심리부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사망자의 유가족 진수로가 기록을 바탕으로 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과 변화를 확인해 자살의 구체적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 방법이다.

이번 심리부검은 총 290례 356건의 면담이 시행됐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이 중 289명의 자살사망자, 352명의 자살사별 유가족의 자료를 분석했다. 대상자 중 남성은 191명, 여성은 98명이었고, 40대 68명, 50대 66명, 30대 65명이었다.

◇스스로 죽음 선택하기 전 10명 중 9명 경고신호 보내

사례 분석 결과 자살사망자의 92.0%는 사망 전에 언어·행동·정서상태 등의 변화를 통해 자살징후를 드러내는 경고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고신호(Warning Signal)는 자살사망자가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나 자살할 의도가 있음을 드러내는 징후로, 언어·행동·정서 측면 변화로 표현된다.

분석(복수응답)에 따르면 자살사망자가 보인 경고신호로 언어에서는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한다’가 83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불편함 호소가 76명, 자기비하적인 말 62명, 자살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 23명 순이었다.

행동적 경고신호는 불면이나 과대수면 등 수면상태 변화가 10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과식이나 소식, 체중 증가·감소 등 식사상태변화가 75명, 집중력 저하와 사소한 일헤 대한 결정의 어려움 등 50명이었다. 또한 정서적 경고신호 중 죄책감·수치감·외로움·짜증 등 감정상태 변화가 107명, 무기력·대인기피·흥미상실이 76명으로 분석됐다.

◇스스로 죽음 선택한 이유 정신건강 문제가 대다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들의 스트레스 요인은 정신건강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에 의하면 자살사망자의 스트레스 요인은 ▲정신건강 문제(87.5%) ▲가족관계(64.0%) ▲경제적 문제(60.9%) ▲직업관련 문제(53.6%) 순이었다.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 자살사망자 중 수면문제(62.3%), 체중증가 및 감소(42.6%), 폭식 또는 식욕감소 문제(39.8%)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정신건강 스트레스는 우울장애가 190명으로 가장 많았고, 물질 관련 및 중독장애 71명, 불안장애 16명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살사망자의 경제적 문제는 ▲부채(71.0%) ▲수입감소(32.4%)가 주요 유형으로 분석됐다. 부채발생 사유는 생활비 충당(24.8%), 주택구입(21.6%), 사업자금 마련(20.8%) 순으로 확인됐다.

직업 관련 스트레스는 퇴직과 해고를 포함한 실업 48명, 직장 내 대인관계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39명이었다. 가족관계 스트레스는 부모 관련 문제라는 응답자가 101명이었고, 자녀 문제 48명, 형제·자매·남매 갈등 45명 순이었다. 부부 관계 스트레스는 부부갈등 88명, 성생활 불만족 16명, 이혼 11명 순으로 분석됐다.

연령대별 자살 경고신호는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청년기의 경우 연애관계와 학업 스트레스, 중년기는 직업과 경제문제, 장년층은 직장, 노년층은 신체건강 등의 비중이 높았다.

19세부터 34세까지 청년기는 연예관계·학업 스트레스와 성인기 이전 부정적 사건 경험 비율이 자살 경고신호라는 비율이 높았다. 35세에서 49세인 중년기에는 직업관련 스트레스가 59.4%, 경제 문제 스트레스가 69.8%로 높았고, 주로 주택관련 부채로 인한 스트레스가 타 연령층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50세부터 64세까지 장년기에는 실업상태로 인한 문제와 경제적 문제 스트레스가 64.9%로 높았고, 정신건강 치료·상담 비율이 59.7%에 달했다. 특히 이 연령대에서는 과거 자살시도 경험이 48.1%로 응답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65세 이상 노년기에서는 신체건강과 관련한 스트레스 비중이 80.6%로 가장 높았다. 또한 혼자 지내거나 친구가 1~3명밖에 없는 등 사회적 관계가 취약한 경우가 많았다.

◇우울증 앓는 자살 유가족, 수면·음주 문제 경험

자살 유가족 10명 중 2명만 사망 전에 경고신호를 인지했으며, 자살 경고신호를 인지했더라도 대응방법을 몰라 적절하게 대처한 경우는 많이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자살유가족 중 352명의 동의를 얻어 자살유가족 특성을 조사해 분석했다. 분석 대상인 된 자살유가족은 고인의 배우자와 동거인이 35.8%, 부모가 26.4% 자녀 21.3% 순이었다.

분석 결과 자살 유가족의 21.4%만이 고인의 사망 전에 경고신호를 인지했으며, 경고신호를 인지한 유가족들도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자살의사를 확인하거나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등 적절하게 대쳐한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자살유가족 88.4%는 자살사건 발생 후 일상생활의 변화가 있었으며,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들의 정신건강과 관련해 80.1%가 우울감을 느꼈고, 이 중 95명(27%)은 심각한 우울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유가족 중 36.4%는 수면문제(128명)를, 33.8%(119명)는 음주문제를 경험했다.

또한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가족의 절반이 넘는 63.6%는 고인이 자살로 사망했다는 것을 사실대로 알리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상대방의 충격을 걱정해 유족의 부모와 조부모, 자년 등 가까운 가족에게도 알리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 강화 등 자살예방 사업 적극 추진

정부는 이번 심리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월 수립해 추진하고 있는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보다 충실히 수행하고, 이를 통해 자살예방 사업을 적극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가족이나 친구, 이웃 등 주변인의 자살위험 신호를 신속하게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훈련하는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프로그램을 보강할 것”이라며 “주변의 지인에게도 자살사고 발생을 꺼리는 자살유가족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지원하기 위해 자살유가족을 가장 먼저 접촉하는 경찰 등과 협조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전국 254개 경찰관서를 통해 자살사망 사건 수사 시 유가족에게 유가족 지원, 복지서비스 안내 등이 담긴 홍보물을 제공해 유가족 관련 지원 사항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방침이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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