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취소에 ‘김정은 위임’ 신속 담화
“단계별 해결한다면 관계 좋아질 것… 아무때나 마주할 용의”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5일 “조선반도(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제1부상은 이날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위임에 따라’라는 문구는 통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적 뜻을 담았음을 의미한다.
이어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강조하면서도 “미국 측의 일방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 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여직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발표에 대해 “수십 년에 걸친 적대와 불신의 관계를 청산하고 조미(북미) 관계 개선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려는 우리의 진지한 모색과 적극적인 노력들은 내외의 한결같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제1부상은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 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미국이 정상회담 취소의 발단으로 거론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라는 것은 사실 조미 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 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예정돼 있던 6·12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 앞으로 보내는 서한에서 “북측이 최근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을 보여주면서 나는 지금 이 시점이 우리가 긴 시간을 들여 계획해왔던 회담을 가지기에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