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다나의원 일회용 주사제 감염 사건, 2017년 이대목동병원 사태. 잊을만 하면 의료 현장에서 감염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의료 감염 예방을 위해 일차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재사용되는 의료 기구의 ‘세척과 멸균’이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수가 등의 이유로 재사용 의료기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최근 의료기기의 발전으로 고가의 일회용 의료기구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 기구들의 가격이 의사들의 행위료, 쉽게 말해 진료비에 의료기구 비용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환자들에게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부담은 의료기관이 고스란히 가져간다. 받은 진료비에서 의료기구 값을 제외한 돈으로 의사, 간호사 등 인건비를 나누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한다. 현실이 그러니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의 유혹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가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일회용 의료기구 재사용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까?
해외에서는 의료비용 절감 및 자원 절약의 차원에서 일회용품 재사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의료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재사용하려는 일회용품 기준이 ▲적절히 세척되고 멸균/소독될 수 있어야 하고 ▲전 과정 후에도 기구의 품질과 물리적 성질이 변하지 않으며 ▲재처리 후에도 FDA의 요구사항에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회용품 특성상 완전 세척이 불가하거나 사용 빈도가 많은 물품이 많고, 이는 환자 안전 문제와 직결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재사용을 하기 어렵다.
‘질경(자궁경부확장기)’을 예로 들면 질경은 부인과 진료에 필수적인 치료재료다. 그런데 일회용 질경이든 다회용 질경이든 ‘질경’ 사용 자체가 행위료 안에 포함된다. 그러나 위생이나 의료기구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은 ‘일회용 질경’ 사용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멸균, 소독을 한다고 해도 질경을 재사용하는 것보다 일회용 질경을 사용하는 것이 위생적”이라는 것이 의료진들의 입장이다.
소독과 멸균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감염이라는 것은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만약 발생하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로 퍼져 나간다. 다나의원 사태와 같이 C형간염 감염이 일어날 수 있고, 에이즈 감염도 일어날 수 있다. 아무리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기가 고가여도, 아까워도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회용품 재사용은 ‘지양’해야 한다.
일회용품을 재사용하는 의료진만 비난하긴 어렵다. 일회용품을 1회만 쓸 수 없도록 만드는 현실도 되돌아 봐야 한다. 일회용품을 1회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환자도 안심하고 병원을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그에 걸맞게 “수가가 발생하지 않아 일회용 의료기구를 재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의료진이 없는 의료환경이 구축되길 바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