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대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중국에너지 기업 CERCG의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가 연말 증권가 인사에 피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투자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 KB증권, 부산은행, KTB자산운용(이상 각 200억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원), 하나은행(35억원) 등 총 7곳이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발행한 ABCP에 총 1645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들은 기초자산인 CERCG 보증 채권의 부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금의 80%(1300여억원)를 손실처리했다.
특히 현대차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에 매입을 약속한 ABCP에 대해 결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소송을 당해, 피해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최근 ABCP를 매입한 현대차투자증권 등 기관투자의 투자 실패란 시각도 커지고 있다. 투자실패로 판가름날 경우 투자 담당자들에 대한 문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H지수 폭락으로 ELS 손실을 많이 입은 NH투자증권, 하나투자증권 등 해당증권사의 부서장과 해당 임원들이 물갈이 됐다”면서 “500억원이라면 현대차투자증권의 연간 순이익에 달하는 적지 않은 액수다. 회사 내부적으로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인사 시점과 관련해서 그는 피해가 확정되는 CERCG 보증채권 만기일인 11월 8일 이후로 예상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ABCP는 공모가 아니라 사모다. 다시 말해 증권사 등 전문투자자들의 요청이 있어 해외채권을 매입해 유동화했다. 신용평가사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해 놓고 지금 와서 채권 디폴트(부도)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전문가답지 못한 책임 회피의 전형적인 모습”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ABCP사태와 관련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발행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의 책임론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국감 이후 기업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김진국 부국장은 “국감에서 책임 소재를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해당 기업과 ABCP거래 프로세스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