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라고 불리는 ‘한국전자전(KES) 2018’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24일 막을 올렸다. 한국 전자전은 올해로 개최 49년을 맞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판매 중인 제품부터 VR(가상현실) 등의 기술까지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해외 15개국 93개 기업을 포함, 국내외 729개 업체가 참가했다.
한국전자전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단연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두 기업의 부스는 코엑스에 자리한 부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입구에서 가까운 LG전자 부스를 방문하자 도슨트가 제품 설명에 한창이었다.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LG V40 ThinQ’와 관련해 설명을 듣는 이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큰 목소리로 설명하는 도슨트의 목소리는 귀에 쏙 들어왔지만 그뿐이었다.
LG전자의 부스를 둘러본 결과 V40 씽큐(스마트폰), LG 클로이(로봇), 올레드 TV, LG 시그니처(냉장고 등 가전), LG 디지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가전(건조기, 세탁기, 에어컨), LG 프라엘(뷰티 디바이스) 등으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었다. LG전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봤을 제품들이다. 특히 부스의 3분의 1 정도의 공간을 차지한 V40 씽큐 체험존은 과거 스마트폰 출시 후 마련했던 부스를 그대로 옮겨온 듯 보였다.
사람 몸집 만한 로봇들로 꾸며진 클로이존은 전시에 그쳤다. 안내자에 따르면 전시된 로봇 중 ‘클린 봇’과 ‘가이드 봇’은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사용되고 있는 제품들이다. 안타깝게도 부스에서는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직 상용화 되지 않은 상태인 4개의 로봇 역시 외양만 확인 가능했다.
삼성전자 역시 LG전자와 유사한 부스 구조를 띠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가전제품(의류청정기, 의류건조기, 세탁기)존, 인공지능 라이프존, 갤럭시노트9 이벤트존, 갤럭시탭&갤럭시A7존, 갤럭시워치(스마트워치)존, 노트북flash존, 8K QLED TV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자사에서 주력 판매 중인 제품, 신제품 등으로 구성했다는 점에서는 LG전자와 비슷했다.
다만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존을 비교적 많이 준비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8K QLED TV를 전시, TV를 편히 볼 수 있도록 소파 등을 준비했다. 실제로 한 남성이 소파에 앉아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무대를 감상했으며, 그 주위를 둘러싼 관람객들이 8K TV의 화질에 감탄하기도 했다. 또 8K TV를 이용한 레이싱 게임을 직접 체험하게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꽤 넓은 공간을 할애해 1020세대들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체험존이 1020세대로 채워져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이모(39)씨는 “예전에는 이런 전시회를 가면 디스플레이만 전시된 모습을 잔뜩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다만 가전 제품의 경우 하이마트 등에서 봤던지라 새롭다는 느낌이 덜했다”고 말했다.
반면 자사 기술력을 뽐내러 나온 중기 및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는 톡톡 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터넷 기반의 수면 분석 및 관리가 가능한 스마트 매트리스 시스템을 제공하는 iOBED(아이오베드)가 그중 하나다.
아이오베드는 매트리스 안에 ‘에어 포켓’을 내장, 개인별 체형에 따라 매트리스를 조절해 최적의 수면 환경을 제공한다. 사용자의 키, 몸무게, 체형(몸의 굴곡) 등을 인식한 뒤 에어 포켓 안에 들어가는 공기량이 조절된다. 이러한 공기량 조절을 통해 개개인에게 맞는 매트리스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특히 자다가 뒤척이더라도 매트리스가 자동으로 변형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잠들기 전에는 ‘릴랙스 모드’ 등을 통해 온종일 긴장한 몸을 풀어줄 수도 있다. 체형을 분석한 매트리스가 적절한 공기량을 조절하며 미세한 진동을 주고, 이에 따라 몸이 적당한 이완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체험해본 결과 매트리스가 몸의 굴곡에 맞춰 미세하게 움직이며, 인위적인 움직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부드럽게 몸을 풀어준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이오베드는 현재 파트너사를 확정 지은 상태이며, 내년 상반기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4가지 형태로 변경 가능한 컨트롤러를 개발한 디미콜론의 부스도 꽤 흥미로웠다. 듀오패드는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형태를 변경할 수 있으며, 형태가 변경되는 즉시 스스로 형태를 인식해 게임 속의 무기를 변경해준다. 한 마을에서 원하는 대로 무기를 변경할 수 있는 이른바 ‘오픈 월드’ 형태의 게임에 특화됐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듀오패드는 손, 라이플, 휠, 로켓런처 등 4가지 모드로 변경할 수 있다. 라이플 모드의 경우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배틀필드 등 슈팅 게임에 적합하다. 특히 소총을 쏘는 게임을 할 때 탁월한 기능을 할 수 있다. 휠 모드는 자이로 센서가 탑재돼 스스로 기울기를 인식한다. 앞·뒤·위·아래·회전 등 총 6축을 인식할 수 있다. 카트라이더 등 레이싱 게임을 할 때 용이하다. 운전대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 형태인 셈이다.
특히 블루투스를 켜서 페어링만 해주면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모바일 VR, 니텐도 스위치, PC에 다운로드 된 모든 게임과 연동 가능하다.
듀오패드는 내년 1월 북미 론칭을 앞두고 있으며, 가격은 9만원 선이다. 현재 플레이스테이션 박스에 제공되는 무선 컨트롤러가 5만원대이며, 프로 타입 컨트롤러가 7만원 대인 점을 감안한다면 가격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다. USB-C 타입의 케이블을 통해 충전 가능하다.
디미콜론 관계자는 “콘솔 게임의 불모지라고 불리는 국내와 달리 콘솔 게임 선호도가 높은 북미 시장을 먼저 공략할 방침”이라며 “국내는 내년 중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상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