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삭발을 감행했다. 진료를 보던 환자가 사망에 이른 사건에 대해 법원이 해당의사를 법정구속하자 반발하며 벌인 일이다.
2013년 5월부터 열흘간 복부 통증으로 4차례에 걸쳐 해당 병원을 방문한 8살 어린이가 한 달 뒤 다른 병원에서 저혈량 쇼크로 숨졌다.
이에 대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금고 1년 6개월, 응급의학과 의사와 가정의학과 전공의에게 각각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X-ray 결과 나타난 증상이 명백했음에도 의료진이 적극적인 원인 규명에 소홀했다며 업무상 과실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의사가 의료과실로 법정구속된 것은 이례적이다. 때문에 의료계의 당혹감이 더 크고, 강력히 항의하는 것도 일부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의사협회 등의 주장에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들이 발표한 입장을 보면 우선 의사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바로잡아지지 않을 경우, 향후 응급한 환자에 대해서는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 조치함으로써 의사로서의 주의의무만을 다하고자 하는 방어 진료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의사인권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주장했다.
최대집 회장도 삭발식에 앞서 “우리 사회와 정부, 국회, 검찰 법원, 언론 등에서 의료계를 짓밟고 비난하고 모욕과 폄훼하며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사회가 의사들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맞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 정도”라며, “오늘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다. ‘사태’라고 부를 수 있는 일들을 예고한다”라고 말했다.
즉 응급환자를 상급의료기관에 전원조치하고, 의사들이 진정으로 필요한지 의문이 들어 ‘사태’라고 부를 수 있는 일들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의료계에서 ‘사태’라 불린 상황 중 대표적은 것은 ‘집단휴업’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발언은 결국 국민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은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이 세계적이라고 항상 이야기 한다. 의료접근성도 좋고, 암환자 생존률도 특정 질환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통계도 있다. 그 반면 불법행위도 적지 않다. 일례로 최근 가장 많이 보도된 ‘대리수술’을 보자.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대신 수술을 맡기는 의사들이 과연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그동안 드러난 의료계 문제점을 보아온 국민들의 분노감이 더 크다는 점을 의사협회는 간과하고 있는 듯 하다.
예전에 어느 의사가 “국민이 무식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의료전문가가 아닌데 전문가처럼 진료를 요구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단적인 극소수의 사례지만 그 정도의 자부심을 보이려면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학지식에 전문가로서 최대한 환자가 건강하도록 노력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4차례나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도록 상황을 방치한 것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환자들은 의사의 적극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비전문가인 환자에 입증하도록 요구하며 공분을 사고 있다.
최대집 회장은 우리사회가 의사들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잘난 체만 하는 의사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수가가 낮아서, 국가가 보상을 덜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하기 전에 환자를 위해 성심껏 진료하는 의사상을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
고급 외제차를 타면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의미 없는 외침이자, 환자를 돈벌이로 보고 있다는 생각만 들게 할 뿐이라는 것도 한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한다.
특히 의료계는 이번 최대집 회장의 삭발 보도에 대해 달린 댓글을 한번 봤으면 한다. 국민들이 의사에 대해 불신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테니까.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