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계속되는 업황 둔화 우려에 서로 다른 전략으로 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9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M16 기공식’을 열었다. 이천 본사 내 5만3000㎡ 부지에 들어서는 M16은 차세대 노광장비인 EUV 전용 공간이 별도로 조성되는 등 최첨단 반도체 공장으로서 SK하이닉스의 미래 성장 기반으로 활용된다. 오는 2020년 10월 완공 예정으로, 생산 제품의 종류와 규모는 향후 시장 상황과 회사의 기술발전 등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격려사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지키며 성공을 이룬 성장스토리를 써 왔다”며 “M16이라는 첨단 하드웨어에 기술뿐만 아니라 우리의 땀과 노력을 쏟아부어 새로운 성장 신화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준공식이 아닌 기공식에 최 회장이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M16에 대한 최 회장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뿐만 아니다. 최근 산업부가 제출한 ‘2019년도 업무계획’에 따르면 정부가 조성하려는 용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에 SK하이닉스가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새해 상반기 중 구체적인 입지를 선정, 1조60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행보는 먼 미래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여겨진다. 당장 업황이 나쁘다고 투자를 중단할 경우, 그 이후 시황이 회복됐을 때 수요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최근 임직원들에게 “당장의 추위에 대비하되, 더욱 멀리 보고 준비하자”고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내년도 투자 규모를 축소해 위기에 대응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시장 호황을 주도했던 메모리 제품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수요가 예전만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설비투자에 올해보다 20% 감소한 180억달러(약 20조169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 투자액이 전년 대비 7% 줄어든 226억2000만달러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해를 거듭할수록 투자액을 축소하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공장 2층에 월 2만장 규모 D램 라인을 조성하고자 구두로 장비를 발주했다가 최근 일정을 미룬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반도체 설비 투자 감소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고점론은 분기마다 나왔던 말”이라며 “중국계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 공급 과잉으로 업황 둔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