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원자력본부별로 운영되고 있는 이동형 환경감시차량이 방사선 비상상황 발생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자체 점검결과 모 본부의 이동형 환경감시차량(EMV)에는 감시에 필수적인 휴대용 설비가 아예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운영 담당자 또한 비상시 위성전화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등 실무 능력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수원 감사실은 지난해 4월2일부터 2개월 동안 방사선 비상 상황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역원자력본부별로 실시했다.
비상구호용품 관리도 엉망…손전등 건전지 유액
과산화수소-제염용품은 유통기한도 지나 '방치'
당시 조사에서 모 본부는 본부내에 환경감시차량에 대한 별도 차고지조차 마련해 두지 않고, 인근 주차장에 감시차량을 보관해 평소 비상상황 대처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형 환경 감시 차량'은 방사능 누출이 예상될 경우 누출된 현장에 들어가 방사능 오염 정도와 공기 중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임무를 지닌 차량이다
하지만 해당 본부는 방사선 비상상황 발생때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비상운영지원실(OSC)에 인터넷 회선마저 설치하지 않는 무신경을 드러냈다.
또한 감시차량에는 공기시료채취기, 방사선 측정장비, 무선통신장비 등 기본 업무를 위한 장비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해당 본부에 개선명령과 함께 담당자에 '경고'처분을 내렸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모 본부의 경우 방사선 비상대응시설에 갖춰져야 할 비상 구호용품이 엉망으로 방치돼 있었던 사실도 적발됐다. 비상 장구류 가운데 손전등은 건전기 유액이 밖으로 흘러나올 정도였고, 응급의료 구호용품으로 사용되는 일부 과산화수소와 제염용품은 유통기한이 이미 지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수원 측은 "감사실이 원전사고 등 방사선 비상상황 발생에 대비, 지난해 본사 및 사업소 방사선 비상관련 운영관리 부서를 대상으로 '비상계획서' 운영 관련 전반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며 "지난 12월20일 상임감사위원의 결재로 감사결과가 확정됐다"고 전했다.
한편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고리원전)에서는 지난 1998년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3억4000여만원을 들여 '이동형 환경 감시 차량'을 마련한 뒤 10년간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운행하지 못한 채 방치했다가, 2011년말 슬그머니 폐기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부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