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롯데자이언츠는 있어도, 롯데는 없다"…'부산 정서' 바뀔까

"부산에 롯데자이언츠는 있어도, 롯데는 없다"…'부산 정서' 바뀔까

기사승인 2019-01-28 13:09:55

"부산에 롯데자이언츠는 있어도, 롯데는 없다" 

'부산 갈매기=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 등식에 익숙한 시민들의 열렬한 사랑에도 이익만 추구하는 롯데그룹의 상술을 비꼬는 이같은 얘기는 부산지역에서는 이미 정설로 굳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27일 영도다리 옆 옛 부산시청 부지에 롯데그룹이 지상 300m 높이 '부산롯데타워'를 세계 최초의 대형 수목원을 갖춘 '부산 대표 랜드마크'로 건립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롯데그룹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감이 다소 누그러질지 관심을 끈다. 

부산시 또한 이례적으로 일요일인 이날 보도자료에 '부산시-롯데, 시민 위해 통크게 손잡다'라는 빨간 제목까지 달아가며, 10년째 공사 중단된 '롯데타워'의 공사재개 의미를 강조했다.


롯데타워는 롯데그룹이 지난 1995년 107층 마천루를 짓겠다며 시작한 대형 프로젝트다. 2002년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받아낸 뒤 2008년 9월 매립공사를 마쳤으나, 롯데는 돌연 이 건물 49~83층에 아파트를 들이겠다고 주거지 용도 매립 목적 변경안을 당시 허가관청인 부산해양수산청에 냈다.

당시 부산해양청에서 부결되자, 롯데는 이곳에 우선 롯데백화점 광복점 임시사용 승인을 받아낸 뒤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런 롯데그룹이 건물 공사를 중단한 지 10년 만에 수익 극대화를 위한 주거시설과 호텔을 포기하고 관광만을 위한 시설로 방향 전환을 결정했으니, 중대 결단인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롯데그룹의 '중대 결단'은 뜻 밖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려 이뤄졌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0월5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구치소를 나온 뒤 이틑날 바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리고 보름 뒤인 10월23일 2019년도 12조원을 포함해 향후 5년간 국내외 전 사업 부문에 걸쳐 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50조원의 투자 재원 중 25%인 12조5000억원을 관광과 서비스 분야에 쏟아붓겠다는 것.

이같은 신동빈 회장의 전격적인 투자 로드맵 발표 이후, 덩달아 바빠진 곳은 부산시다. 부산롯데타운의 초고층 빌딩 건립 사업과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에 롯데월드, 롯데쇼핑 등 롯데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 굵직굵직한 대형 사업이 한둘이 아닌 마당이다.

신동빈 회장의 이같은 투자 발표 며칠 전인 지난해 10월11일, 오거돈 부산시장은 유재수 경제부시장을 대동하고 비공개로 서울 잠실 롯데타워를 방문했다. 당시 오 시장은 잠실 롯데타워 개발 과정 전반에 대해 롯데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후 사정을 짚어보면, 벌써 당시부터 롯데와 부산시가 '부산롯데타워' 공사 재개를 위한 물밑작업을 치밀하게 해 온 것으로 짐작된다. 부산시의 발표 대로 원도심 롯데타워가 건설되면 북항문화벨트와 오시리아 관광단지를 연계하는 복합문화관광벨트의 앵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는 롯데타원의 생산유발효과를 9000억원, 고용유발 효과가 2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마도까지 조망가능한 지상 300m 전망대에다 세계 최초공중수목원이 들어서면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세계적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감을 낳기에 충분하다. 

롯데그룹이 대규모로 투자하는 오시리아 관광단지 사업 또한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해운대에서 기장 대변항으로 가는 해안가를 끼고 있는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부지 면적이 전체 면적 366만2725로, 사업비 약 4조원이 투입되는 부산도시공사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개발사업자인 GS컨소시엄에는 GS리테일, 호텔롯데(롯데월드), 롯데쇼핑, IBK투자증권, 삼미건설, 이지스자산운영 등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말 완공 예정인 테마파크는 롯데월드 4배에 달하고, 초대형 상업시설 '더셰프월드 센트럴원'이 전문 푸드타운으로 들어선다.

이제 부산시민들의 관심은 롯데백화점의 현지 법인화 여부다. 부산지역민들의 사랑으로 성장한 롯데가 부산지역경제 활성화와 상생발전을 도모하려 한다면 유통업체의 수익 그대로를 본사로 흡수하는 지금과 달리 역내 자금 선순환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현지 법인화를 통해 이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부산 중·영도구 지역위원회 한 인사는 "롯데가 오페라하우스 건립 기금으로 1000억원을 부산시에 내는 등 그간 생색을 내왔지만, 시민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아 온 이유는 부산에서 유통 부문 활성화로 벌어들인 돈을 역외로 유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롯데 백화점 현지 법인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부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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