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남대문교회서 ‘맹의순 선생 순직자 지정 감사예배’ 드려-
- ‘십자가의 길’을 실천한 소설 ‘내 잔이 넘치나이다’의 실존 인물-
전쟁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십자가의 사랑을 실천한 ‘포로들의 성자’ 맹의순(1926∼1952) 선생이 순직자로 추서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순교ㆍ순직심사위원회는 10일 서울역 앞 남대문교회에서 ‘故 맹의순 선생 순직자 지정 감사예배’를 드리고 맹의순의 삶을 통해 증언된 십자가 정신을 다시 찾아 ‘하나님 나라의 공적인 교회’가 될 것을 다짐했다.
맹의순은 조선신학교 3학년 재학 중 6.25전쟁을 맞아 피난길에서 인민군으로 오해를 받아 부산 거제리 포로수용소에 갇힌다. 그러나 그 안에서 포로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광야교회’를 세워 사랑을 실천했다. 소설가 정연희의 ‘내 잔이 넘치나이다’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2017년 홍성사에서 출간한 육필일기 ‘십자가의 길’을 통해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맹의순 선생의 순직자 신청에 대해 심사의견을 밝힌 호남신대 최상도 교수는 “맹의순 선생의 삶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이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사명을 끝까지 감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석방될 수 있었던 상황을 거절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수용소의 중환자를 위문하는 사명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그의 사망은 순직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남대문교회는 맹의순이 생전 중등부 교사로 봉사했던 교회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지난해 9월 열린 103회 정기총회에서 맹의순을 순직자로 지정했다.
맹의순 선생이 남대문교회 중등부에서 가르친 제자들을 비롯해 목사, 장로, 평신도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드려진 이 날 순직자 지정 감사예배는 남대문교회 손윤탁 담임목사의 인도로 서울노회 부노회장 이승철 장로의 기도에 이어 박재훈(96·토론토 큰빛장로교회 원로) 목사가 작곡한 맹의순의 시 ‘거룩한 꽃’을 남대문교회 시온찬양대(지휘 김명엽 장로)가 찬양했다. 동숭교회 서정오 목사의 설교와 조유택 원로목사의 축도 등으로 경건하고 엄숙하게 진행됐다.
서정오 목사는 “내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는 제하의 설교에서 "영원한 청년 맹의순 선생님은 사명의 길 십자가의 길을 마지막 까지 순종하며 갔다. 중공군 포로에게 전도하기 위하여 미군의 석방을 거부하면서 사랑을 실천하다 세상을 떠나셨다"며 "맹의순의 삶은 사명이 흐려져 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사명이 무엇인가 확인 할 수 있는 복된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예배 후에는 총회 국내선교부 총무 남윤희 목사의 경과보고와 총회 순교순직자 심사위원장인 김완식 목사가 남대문교회에 ‘순직자 증서 및 기념동판’을 전달했다.
맹의순 선생의 제자인 정창원(91세, 남대문교회 은퇴)장로는 “맹 선생님의 훌륭한 설교와 기도의 심오함과 음악을 통해 신앙심을 키웠다”면서 “노방전도의 추억을 통해 참 순교자인 맹의순 선생님을 회고했다.”고 밝혔다.
또 ‘내 잔이 넘치나이다’의 저자 정연희 권사는 축사를 통해 “맹의순 선생님은 천사다. 전쟁이 일어나 이 땅이 초토화 됐을 때 그는 26년의 삶을 번제물로 드렸다”며 “내 잔이 넘치나이다’는 성령께서 나를 도구로 사용해 쓰신 글”이라고 했다.
이어서 남대문교회 청년부원 30명이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가 나치에 의해 사형당하기 직전 지은 시에 곡을 붙인 ‘선한 능력으로’를 합창하며 맹의순의 숭고한 정신을 회상했다.
남대문교회 손윤탁 담임목사는 “맹의순 선생의 ‘십자가의 길’을 통해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나님 나라를 실천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며 “맹의순의 삶을 통해 증언된 십자가 정신이 남대문교회와 한국교회의 신앙유산으로 실현되어 ‘하나님 나라의 공적인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