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에 동남권 관문 공항을 건설하는 대신에 대구·경북(TK)지역에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는 내용의 '빅딜'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대구 동구에 있는 대구국제공항과 K-2 군공항을 경북 외곽 지역으로 이전하는 ‘대구통합공항 이전 사업’을 조기에 추진해 TK 지역 민심을 다독거리면서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기하고 ‘동남권 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요지다.
특히 다음 주중에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의 최종보고회 발표를 기점으로, 지역 갈등을 부추긴다는 논란을 우려해 그동안 활동을 자제해 왔던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 폐기' 목소리를 크게 높여나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7월 출범한 이후 '동남권 신공항 추진'에 올인하다시피하는 상황에서도 국토부의 분명한 입장 표명으로 기정사실화 됐던 '김해신공항 건설계획'은 올들어 지난 2월13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방문 이후부터 변화의 여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김해공항 확장 문제와 관련해) 5개 광역자치단체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서 검증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달 뒤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지난 3월19일 국회 답변을 통해 "(국토부와 부울경 검증단) 양쪽 모두 수용가능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구공항처럼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이 조정을 맡을 의향이 있다"고 밝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여지를 더욱 넓혔다.
문 대통령과 이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2월 조선일보가 단독입수해 보도한 행정자치부의 '영남권 설 민심 동향파악' 문건을 감안하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행자부는 지자체장의 속셈과 함께 국토부의 내부 흐름까지도 모두 면밀히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부가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먼저 확정하고 빨리 추진해 준다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적혀 있다. 또 "국토부는 총리실에서 검증이 이뤄진다면 최대한 협조를 해서 빨리 검증을 받고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나와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이 주목할 만한 보도자료를 냈다. "(대구시·경북도·국방부가)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을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따라 차질없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올해 안에 최종 이전부지 선정 목표로 신속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구시·경북도·국방부, K2 기지 이전 방식 합의
부산 동남권관문공항추진委 발족…홍보 본격화
이를 기다렸다는 듯,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같은 날 대구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개략적으로 산출한 K2기지 이전사업비(8조~8조2000억)와 재평가한 종전 부지(K2기지 부지) 가치(9조2000억)에 대해 국방부와 전격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국방부가 통합 이전 후보지를 2곳으로 압축해 놓고도 1년 넘게 후보지를 확정치 못하던 실질적인 이유였던 부지 교환 방정식이 이번 합의로 깨끗이 풀린 셈이어서 향후 대구통합공항 이전 문제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바빠진 곳은 부산이다. 부산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한 '신공항시민추진단'은 지난 2월27일 정기총회에서 추진단 명칭을 동남권 주민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동남권관문공항추진위원회'로 변경한 데 이어 오는 18일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갖기로 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월 명칭 변경 이후 현재 13명으로 구성된 추진단 이사회도 상공계, 시민단체, 종교계, 학계 등 각계 인사로 새로 보강했다. 이날 추진위원회 발대식에는 추진단을 주도해 왔던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은 물론 오거돈 부산시장과 박인영 시의회 의장,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한편, 부산시는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필요성을 알리는 여론전을 펼치기 위해, 지난달 예산 26억원을 긴급편성해 추경안에 포함시켰다. 전국 여론형성 사업에 16억원을 추가 편성하는 한편 관문공항입지 재선정 오프라인 프로모션에 1억원, 신공항시민추진단(동남권관문공항추진위) 사업 지원에 9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부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