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개개인의 자질과 개성을 담아내야 하는 학교생활기록부가 수많은 학교에서 일부 교사들의 무성의로 아무 소용없는 판박이 복사본으로 취급받고 있다.
울산지역에서는 대학 진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고교에서조차 학급 담임이나 체험활동(자율활동) 담당 교사들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똑같은 내용을 많게는 20여명의 생활기록부에 서술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12일 울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감사를 받은 14개 울산지역 고교 가운데 12개 고교에서 엉터리 학교생활기록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고교에 대한 시교육청의 종합감사는 3년마다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처럼 매년 14~15개 고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종합감사에서 매년 학교생활기록부의 조작 기록이 발각되지 않는 학교는 오히려 드물 정도라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지난해 울산의 명문고교로 알려진 A고에서는 2017학년도에 2학년4반 12명과 7반 학생 11명 등 모두 23명에 대한 자율활동 평가 내용이 똑같은 문구로 반복돼 있었다. B고교에서는 2016년도 1학년8반 학생 8명의 자율활동 상황이 똑같은 표현으로 적혀 있었고, 국어·음악 과목에 대한 학습발달 상황마저도 14명과 13명이 한 묶음씩 똑같았다.
C고교에서는 2017년도 2학년 5반의 학생 8명의 학생기록부가 동일한 문구로 반복돼 있는 것은 물론 교과특성과 전혀 다른 내용이 기입됐다가 감사 실시 한달 전에 생활기록부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진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생활기록부를 대충 처리한 해당 교사에게는 징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의'조치만 내려졌다.
학교생활기록부의 허점은 울산시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건성건성 무성의한 문구로 채우고 있는 데 대해 교육부는 관련 연수를 강화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학교생활기록부의 부실 현상은 이미 전국 공통 사안으로 퍼져 있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수업을 관찰해 특기 사항이나 개성에 맞게 생활기록부를 작성해야 하지만, 일부 교사들이 많게는 세자리 숫자에 이르는 학생들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 어려움을 겪는 것같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수립된 올해 연간 계획에 따라 학교별 연수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울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