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끌려간 노동자를 형상화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한 부산시가 시민단체와 공무원 노조 등 안팎으로부터 집중 성토를 받으며 큰 홍역을 겪고 있다.
지난 주말 노동자상의 기습 철거에 반발한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조합원과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회원 등 100여명은 15일 아침 부산시청에서 '철거 책임자 처벌과 오거돈 시장의 사죄'를 요구하는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들의 출근 저지 투쟁을 피해 겨우 집무실에 들어간 오 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조형물 설치를 위한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노동자상 설치단체에 '공론화' 과정을 제안했다.
오 시장은 "노동자상의 의미를 잘 알고 있고,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다만, 설치 위치는 시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를 근거로 절차에 맞게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월1일 노동절 이전까지 노동자상 위치 결정 △부산시의회 등 시민동의 가능한 기구가 함께하는 공론화추진기구 구성 등 구체적 방안을 내놨다.
앞서 오 시장은 이날 공무원 노조와 노동자상 설치단체 회원들의 집회 계획을 미리 파악, 평소보다 이른 오전 7시께 수영구 남천동 관사에서 관용차로 나선 뒤 시청 부근에서 다른 차로 바꿔 타고 시 청사로 몰래 들어가는 촌극을 벌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노동자상) 철거는 친일" "노동자상 즉각 반환" 등 구호를 외치며 시 청사 진입을 시도하다가 시청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 중 10여명은 시장실이 있는 청사 7층까지 진입해 구호를 외치다가 청원경찰들에게 끌려내려왔다.
한편, 부산시는 12일 저녁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앞 인도에 있던 노동자상을 기습적으로 철거했다. 노동자상은 지난해 5월 1일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하려다가 제지되자 이곳에 임시로 설치된 상태였다. 현재 철거된 노동자상은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보관돼 있다.
부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