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강제철거로 큰 논란을 빚었던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시민 100인으로 구성되는 '원탁회의'에서 결정된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17일 오전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과 함께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이같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100인 원탁회의 운영에 관한 세부적 내용은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와 시의회가 협의, 확정된다. 그 이전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건립특위에 반환된다.
오 시장과 건립특위 측은 전날 밤 늦게까지 박인영 시의회 의장의 중재로 만남을 갖고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이날 회견에서 "그동안 수차례 노동자상 건립의 취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공감의 뜻을 밝혀왔다"며 "행정기관으로서 절차적 문제에 대해 불가피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재차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이어 "이번 행정 집행의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해 향후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하 민노총 부산본부장은 김 본부장은 "박 의장이 아니었으면 실타래를 풀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에는 민관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박인영 시의장은 "서로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갈등이 있었고, 비록 아픔이 있었지만 우리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일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의미를 둘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 12일 저녁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앞 인도에 있던 노동자상을 기습적으로 행정대집행에 나서 철거했다. 지난해 5월 1일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하려다가, 부산시의 제지로 지금까지 공식적인 설치 장소를 찾지 못해 시 설치된 상태였다.
부산시의 기습 철거에 반발, 시민단체는 지난 15일 아침부터 부산시청 청사 로비를 점거, 연좌농성을 벌여왔다.
부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