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방을 구하는 세입자에게는 전세 계약을, 임대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맺어 돈을 가로챈 ‘창원 오피스텔 이중계약 사기사건’의 주범이 필리핀으로 도피했다가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이 사건 주범 공인중개사 A(56)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창원시내 한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부동산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공범 B(56‧여‧구속)씨와 함께 오피스텔 방을 구하려는 세입자들에게 집주인 명의로 전세 계약을 맺고는 임대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돈을 가로챘다.
A씨는 오피스텔 방을 구하러 오는 세입자들에게는 ‘전세’로 계약하며 전세 자금을 7000~8000만원가량을 받았다.
그런데 A씨는 임대인들에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또는 반전세로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의 계약을 맺었다고 감쪽같이 속였다.
방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세입자들은 오피스텔 임대인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계약이 가능했던 것은 A씨에게는 임대인들 명의의 위임장이 있어서였다.
물론 이 위임장 중에는 실제 임대인의 동의를 얻은 것도 있었지만, A씨가 순전히 범행을 위해 위‧변조한 위임장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세입자들이 계약 잔금을 ‘진짜’ 임대인에게 입금을 시켰더라도 A씨가 임대인에게 전화해 ‘다른’ 계약 건의 돈이 들어갔다고 속이고 잔금 대부분을 다시 받아냈다.
이런 까닭에 A씨는 방을 구하러 온 세입자들에게서 별다른 의심을 사지 않고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A씨의 치밀한 범행에 일반인은 물론 경찰관과 변호사도 피해를 당했다.
현재 경찰에 확인된 피해규모만 160명에 70억원 상당이다.
돌려막기에 실패한 A씨는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세가 입금되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긴 임대인들이 확인에 나서면서 범행이 들통 났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피해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A씨는 이미 해외로 도주한 터였다.
경찰은 해외로 달아난 A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내리고 협조 요청을 했다.
확인 결과 A씨는 지난해 10월 필리핀 주한국대사관에 ‘자진출국’ 신청해 지난 16일 김해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피해 규모, 피해금 사용처 등을 집중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A씨는 당시 1억원 부동산 공제 보험에 가입해놓은 상태였지만 피해자들 환수액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 사건이 보험 적용이 되더라도 다수의 피해자가 1억원을 나눠 가지기 때문이다.
A씨가 만약 다른 중개사고로 이 한도를 초과했다면, 이 사건 피해자들은 이조차도 받을 수 없다.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부동산 거래 건별 1억원 이상을 보장하는 공제 등에 가입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추진했다가 공인중개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