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는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80년 미일 반도체 갈등 사례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일 갈등 문제가 불거지는 배경이 단순한 정치적 보복 차원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혹은 차세대 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연구원은 과거 미일 반도체 무역 갈등 사례를 언급했다.
그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980년대 일본의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도시바 등 반도체 업체가 급성장하자 반도체 덤핑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등 압박에 나섰고 결국 일본과 반도체 협정을 맺어 일본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촉진하도록 하는 등 시장 점유율 확대를 시도했다.
이에 박상현 연구원은 “미국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이 당시 일본 기업에 통상 압박을 가한 배경은 반도체 산업이 ‘최첨단 산업’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라며 “최첨단 산업 주도권을 일본 기업들에 내주면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국가경쟁력 약화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일본 정부의 반도체 관련 중간재 수출 규제를 향후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며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경쟁에서 한국이 앞서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규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한국 반도체 산업 견제 움직임에 미국 측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만약 미국 측도 잠재적 동의가 있다면 일본의 규제가 더욱 광범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간다면 일본은 물론 미국도 한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 반도체 산업을 두고 미국과 일본의 경제 규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