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는 이 뮤지션의 노래를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의 음악비평지 피치포크는 일찌감치 이 뮤지션을 ‘가장 흥미로운 신인’으로 점찍었다. 그의 음악은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다.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인 그의 음악은 때론 주술 같고 때론 꿈결 같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인 일렉트로닉 뮤지션 예지(Kathy Yaeji Lee)의 이야기다.
예지는 ‘힙스터들이 사랑하는 뮤지션’으로 통한다. 페이더, 스테레오검, 피치포크 같은 해외 유수의 잡지들이 그의 음악을 먼저 주목했다. 아델, 샘스미스, 코린 베일리 래 등을 미리 알아본 영국 BBC는 2017년 ‘더 사운드 오브 2018’(2018년의 유망주) 중 한 사람으로 예지를 꼽기도 했다. 그의 보일러룸(세계 각국의 DJ들을 모아 소개하는 프로그램) 공연 영상 조회수는 130만 건 이상으로, 다른 아티스트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지구상에서 제일 쿨한 사람”(The coolest person on the planet) 예지의 공연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사람들은 왜 예지의 음악을 사랑할까. 예지는 최근 쿠키뉴스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 음악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솔직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 음악에는 약간의 모순적인 면도 있지만, 최대한 투명하면서도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다”면서 “내가 사람들과 만들 수 있는 관계가 음악을 통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애플뮤직 광고에 삽입된 ‘원 모어’(One More)로 잘 알려졌다. 그가 자신을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로 꼽은 것도 이 곡이다. 예지는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노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 이름을 알리게 해준 노래들”이라며 ‘원 모어’와 ‘라스트 브레스’(Last Breath), ‘레인걸’(Raingurl)을 언급했다. “내겐 너무 애정이 깊은 노래들이라서 딱 한 곡을 고르긴 어렵다”는 말이 미소 짓는 이모티콘과 함께 뒤따라왔다.
예지는 자신이 “스펀지” 같다고 느낀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자신의 모양을 빚어서다. 그의 관심사는 음악, 정치, 역사, 문화, 음식, 미술 등 다방면을 아우른다. 그는 “친구들과 나누는 다양한 대화가 음악에 영향을 준다”면서 “투어나 여행 중 느낀 인상 깊었던 순간들도 음악에 녹이려고 한다”고 했다. 예지는 음악 외적으로도 욕심이 많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비주얼아트를 전공한 미술학도답게, 자신의 머천다이즈 디자인과 뮤직비디오 연출도 직접 해낸다. 예지는 “내 커리어 이상으로 확장하고 싶은 길들이 너무 많다”며 “시각 미술과 음악에 대해 계속 탐험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제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건 가족과 친구들이에요. 가족들은 제게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어떻게 강해질 수 있는지 알려줘요. 친구들은 제가 솔직해도 괜찮다는 걸 느끼게 해주죠. 이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이 제겐 무척 값지답니다.”
예지는 오는 8월1일 서울 구천면로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DJ 셋으로 꾸민 지난번 내한 공연과 달리, 이번엔 라이브로 공연을 꾸린다. 지난해 시작한 월드투어는 연일 매진행진을 기록했고, 올해 4월엔 북미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도 섰다. 예지는 “긴 여정을 끝내고, 무엇보다 나의 모국인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면서 “단순하지 않고 탄탄한 셋리스트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팬 분들이 제게 가진 높은 기대가 무척 감사해요. 제가 한국에 머무르고 있지 않아 그런 관심들을 직접 느끼지는 못하지만, 제 가족과 민족성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전달되는 것 같아요. 서구 지역에서는 제가 다른 인종, 여성 인권, 퀴어 등 여러 사람을 대변하기도 하는데요.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저에게 계속 자극을 준답니다. 한국은 제 출신지이자 가족이 있는 곳인데, 이 설레는 모든 감정을 여러분과 같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