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5G 스마트폰에 자체 칩을 채택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텔 스마트폰 모뎀칩 사업부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텔의 스마트폰 모뎀칩 사업을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에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4월에도 비슷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협상이 좀 더 진전된 단계라고 표현했다.
이번 협상은 인텔이 보유한 특허 목록 전체와 직원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인수가액이 10억 달러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WSJ은 관계자를 인용해 협상이 어그러지지 않는다면 다음 주 중 타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WSJ은 "자사 기기들의 성능을 향상시킬 핵심 부품을 개발하려는 애플의 노력에 큰 추진력을 안겨줄 조치"라며 "기업가치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애플에 이런 거래액은 작은 금액이지만 이번 거래는 전략적·재정적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애플로서는 인텔이 수년간 축적해온 차세대 핵심 무선통신 기술인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칩 관련 엔지니어링 기술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애플이 직접 이를 개발할 때보다 수년을 단축할 수 있다.
애플은 이익의 기반이 돼온 스마트폰의 판매가 전 세계적으로 정체에 빠지면서 자사 스마트폰을 더 차별화할 수 있는 반도체칩을 개발하려 해왔다. 이를 위해 인텔 직원을 포함한 엔지니어들을 채용하고, 샌디에이고에 1200명 규모의 사무실을 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인텔은 PC·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강자이지만, 모뎀칩 사업에서는 연간 10억 달러씩 손실을 내왔다. 제품도 대체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인텔로서는 회사의 재무 상황을 압박해온 사업 부문을 털어낼 기회다.
인텔은 이미 4월 자사 통신칩 고객이었던 애플이 경쟁사 퀄컴과 특허료 소송을 접고 수년간 모뎀칩을 공급받기로 했다며 협력관계를 복원하자 곧장 스마트폰용 통신칩 사업을 접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통신기기 관련 5G 사업은 계속 영위할 계획이다.
WSJ은 "인텔은 당시 다른 인수자를 물색했고 실제로 많은 업체가 관심을 표명했지만 결국 가장 논리적인 인수자인 애플과 곧 협상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이어 "애플은 그동안 대규모 인수 거래를 꺼려왔고, 그보다는 쉽게 자사 제품에 도입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작은 회사들을 연간 15∼20개가량 인수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며 "그러나 아이폰 사업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대형 인수에 좀 더 개방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