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남 재건축 단지는 분양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분양한 GS건설의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분양에 42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높은 분양가에 대출 규제가 막힌 상태에서도 높은 청약률을 낸 것이다.
이 같은 사업성 덕분에 여전히 은행과 금융투자업계(증권사)들이 이 지역에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 투자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과 같은 대형사를 비롯해 유안타증권 같은 중형사도 PF에 금융주선을 맡고 있다.
다만 최근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사업성을 이유로 분양이 연기되거나 후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올해 분양 예정이었던 알짜 단지 래미안 라클래시도 후분양으로 변경됐다. 만약 후분양으로 전환될 시에는 리파이낸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25일 IB(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과 금융투자업계는 강남권(강남구·서초구) 재건 신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52-2번지 일대에 위치한 공동주택(신반포 13차) 재건축 정비사업에 600억원에 달하는 PF금융주관사로 나섰다. 신한은행은 SPC(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대출채권을 조달한다. 신반포 13차는 지하 3층 지상 34층으로 총 326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조합원 물량은 180가구, 일반분양 115가구, 임대 31가구이 공급될 예정이다. 롯데건설이 시공과 연대보증(리스크 관리)를 맡는다.
신한은행은 신반포3차 외에도 개포주공2단지(2000억원, 삼성물산 시공), 개포시영(2100억원, 삼성물산 시공) 등 강남 재건축 단지 사업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대형은행권 외에도 증권사들도 강남 재건축 사업에 꾸준히 금융주선을 맡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분양 예정인 방배5구역 재건축사업에 PF금융지원을 나선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시행사 역할을 하는 방배5구역주택재건축조합의 대출채권(1700억원) 발행을 위해 SPC를 설립해 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분양한 디에이치자이(GS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의 1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사모사채를 발행하는데 금융주선을 맡았다.
삼성증권도 같은 그룹 계열사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래미안 라클래시(삼성동 상아 2차)’ 재건축 사업에 PF주관사를 맡고 있다. 삼성증권은 상아2차 아파트 재건축조합에게 PF대출채권(500억원)을 빌려주고, SPC(특수목적법인)가 이를 기초자산으로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한다.
이처럼 금융·투자업계에서 강남 재건축 사업에 적극적인 까닭은 강남이라는 입지 여건에 따른 사업성과 안정성에 기인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건설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은 도시계획도시처럼 주거와 상업지역, 사회적 기반시설(교통, 교육) 등이 갖추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강남의 개발 호재는 여전히 풍부하다. 개포동 일대 재건축 외에도 강남구 삼성동은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과 같은 대형 개발사업이 있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GTX 개통과 함께 위례신사선, 남북광역급행철도 등 6개의 광역철도가 한꺼번에 삼성동에 들어선다. 서초구 방배동 역시 서리풀터널 개통이라는 호재에 힘 입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초 분양한 디에이치 자이개포는 1순위에서 평균 25대 1의 청약률로 마감했다. 이달 분양한 서초무지개아파트(서초그랑자이)도 42대 1을 기록했다.
시세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재건축 단지의 시세는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6년 분양해 올해 2월 입주한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 2단지)의 평균 매매가는 15억2500만원으로 올해 초(13억2500만원) 대비 15.09% 늘어났다.
다만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변수로 작용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과 상한제 도입 검토로 인해 일부 단지는 이미 후분양을 선택했고, 또다른 재건축 아파트도 분양 일정 또다시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만약 분양 예정 재건축 단지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후분양으로 돌아설 경우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강남 재건축 시장은 자금 여유가 있는 편이고, 시공사 역시 신용등급이 높은 곳이기에 자금조달을 재조정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