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6일 일본의 경제 보복이 국내 제조업을 다시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정우·정희성·박소연 연구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시작된 한일 경제구조가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이 일본에 의존하는 종속구조였다면 2000년대 중반 이후는 협력과 경쟁 관계로 바뀌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가 중장기적으로는 2000년대 이후 가속화된 국내 제조업 공동화의 흐름이 바뀌는 코리아 리쇼어링(reshoring)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은 소재부품 부분으로, 지난해 기준 한국 소재부품의 수입 규모 가운데 일본의 비중은 16.3%”라며 “이 가운데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타이어 및 플라스틱 필름)이 43%로 가장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비금속 광물제품과 정밀기기가 각각 26.5%, 24.4% 순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전체 소재부품에 대한 일본 의존도는 1990년대 34% 수준에서 크게 낮아진 것”이라며 “특히 소재 및 부품의 수입 대체를 유도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함께 기업들도 공급체인 변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국내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겠으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지만 일본의 주요 수출기업들은 경제산업성으로부터 수출관리내부규정(ICP: Internal Compliance Program) 인증을 받아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백색국가와 동일한 수준의 '특별일반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고 당장 한국 기업들이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예상했다.
또 “서비스 무역의 경우에는 이제 한국 관광객이 일본에 미치는 영향력이 만만치 않게 성장한 반면 한국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감소했다”며 “이에 따라 한일 간 갈등이 지속할 경우 일본의 민간소비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양국 간의 정책 대응 측면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한국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며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로 이미 제로금리 영역에 진입한 일본의 통화정책과 비교해 아직 정책 여력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2014년부터 양적 완화를 통해 연간 80조엔의 국채 매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추가적인 완화책 발표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한국은 아직 전통적 통화정책 수단만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