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증시 불황과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실적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 실적 증가는 회사의 최종적으로 관리하는 CEO(전문경영인)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점에서 지난해 11월 말 한국투자증권의 수장이 된 정일문 대표이사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 순이익을 내면서 그의 입지는 공고화됐다. 반면 지난해 7월 삼성증권의 대표이사로 오른 장석훈 사장은 전년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상반기 부문별로 실적 증가 폭이 가장 높은 곳은 자산관리 쪽이 아닌 IB부문이었다.
◆ 한투증권 정일문 사장 실적 서프라이즈로 입지 굳건…유상호 그늘 벗어나=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에서 가장 괄목한 성과를 거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40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전년 동기(2872억원) 대비 42.06% 증가했다.
위탁매매 부문은 증시 불황으로 감소했으나 IB(기업금융) 부문과 자산운용 부문에서 순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위탁매매 수익은 93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421억원) 대비 34.4% 감소했으나 IB부문은 전년 동기(904억원) 55.2% 늘어난 1403억원을 기록했다. 자산운용 부문도 전년 동기(3321억원) 대비 46.6% 증가한 486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 가운데 IB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은 IB전문가로 불리는 정일문 사장의 체면을 차리게 해 준 것이다. 이번 실적 서프라이즈를 통해 전임 사장(유상호 현 부회장)의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 빅4 증권사 CEO 실적 호조…삼성증권 장석훈 사장 유일하게 부진=국내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도 올해 상반기 3875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전년 동기(3578억원) 대비 8.30% 증가했다. 순이익은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계열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KB금융지주 계열사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1804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전년 상반기(1589억원) 대비 13.53% 늘어났다. KB증권은 올해 초 박정림, 김성현 투톱 체제로 조직을 재정비했고, 이는 IB부문에서 실적 개선으로 나타났다. KB증권의 상반기 IB순이익은 799억원으로 전년 동기(599억원) 대비 33.38% 증가했다. 다만 위탁매매 및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전년 동기(1333억원) 대비 85.89% 줄어든 188억원을 기록했다.
또 다른 은행 계열 증권사 NH투자증권도 올해 상반기 2792억원을 순이익을 내 전년 상반기(2450억원) 보다 13.95% 증가했다. 국내 대표적인 IB맨으로 불리는 정영채 사장이 취임한 이후 IB부문에서 꾸준한 실적 향상을 내고 있다. 상반기 이 기업의 IB부문 영업이익은 1553억원으로 전년 동기(872억원) 대비 78.09% 증가해 타 부서 보다 높은 이익을 거뒀다.
반면 삼성증권의 실적은 5대 대형사 가운데 가장 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유의 배당사고’가 발생했던 지난해에 비해서도 실적이 감소한 것이다.
삼성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134억원으로 전년 상반기(2326억원) 대비 8.25% 감소했다. 이와 관련 KB증권 유승창·이남석 연구원은 “파생결합증권을 제외한 금융상품판매수익 (252억원)이 1.9% 감소했고,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해 운용손익 (763억원)도 30.3% 감소하면서 1분기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도 “운용손익에 따라 평가손익이 감소한 것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상반기 수탁수수료도 전년 동기대비 40.2% 하락한 1,338억원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밖에 국내주식 중개수수료(선물,옵션 포함) 수익은 국내 증시 부진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로 전년 동기 (2087억원) 대비 44.1% 감소한 1166억원을 기록했다.
IB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의 IB부문은 영업이익은 67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5.6% 늘어났다. 부문별로는 구조화금유 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한 48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IB부문의 실적 증가는 이미 수년 전부터 꾸준히 IB사업을 준비해왔고,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서 이뤄냈다는 평가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